이더리움 리스테이킹 열풍 시들…수익성 악화에 주요 프로토콜 '탈출'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을 주도해 온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리스테이킹(Restaking)' 열풍이 식어가고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 위험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시장을 선도했던 주요 리스테이킹 프로토콜들이 핵심 사업에서 손을 떼고 새로운 사업 모델로 전환을 모색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더리움의 최대 유동성 리스테이킹 프로토콜인 '이더파이(ether.fi)'는 올 3분기 내로 리스테이킹과의 모든 구조적 연관성을 끊겠다고 밝혔다. 이더파이의 CEO인 마이크 실라가제(Mike Silagadze)는 “리스테이킹 분야에서 의미 있는 수익 기회를 찾기 어려웠고, 스테이커들에게는 어느 정도 위험이 감지되었기 때문에 사업 철수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더파이 자산의 1% 미만이 리스테이킹에 참여하고 있으며, 연말까지는 이마저도 완전히 철수할 예정이다.
리스테이킹은 이더리움을 단순히 스테이킹(예치)하여 네트워크 보안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 동일한 이더리움을 다른 서비스의 보안을 강화하는 데 재활용하여 추가 수익을 얻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오라클,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이더리움의 보안을 활용하고, 그 대가로 이더리움 예치자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즉, 한 번의 예치로 두 배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유동성 리스테이킹 토큰'은 이러한 과정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다. 기존의 이더리움 예치는 자산을 장기간 묶어두어야 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유동성 리스테이킹 토큰은 예치한 이더리움의 가치를 대표하는 일종의 증서로서, 이를 현금화하거나 다른 탈중앙화 금융(DeFi) 서비스에서 담보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더파이의 'weETH'는 이러한 유동성 리스테이킹 토큰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야심찬 계획과 달리, 리스테이킹은 초기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보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서비스 제공자들로부터 발생하는 수수료가 이더리움 스테이킹 보상과 추가 수익에 대한 프리미엄을 모두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리스테이킹이 약속했던 '두 번째 수익'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디파이 라마(DefiLlama)에 따르면, 9월 8일 기준 리스테이킹 분야의 총 예치 자산 규모는 약 100억 2천만 달러에 달하지만, 지난 한 주간 발생한 수수료는 9만 9,977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단순 유동성 스테이킹 분야는 518억 7천만 달러의 자산으로 2,735만 달러의 수수료를 기록하며, 리스테이킹보다 약 53배 높은 효율성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확보된 자산 규모 대비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일반적인 스테이킹이 리스테이킹보다 훨씬 더 효율적임을 시사한다.
리스테이킹에 대한 인센티브가 더욱 약화된 데에는 두 가지 주요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초기에 리스테이킹 예치를 장려하기 위해 제공되었던 '포인트 프로그램'이 2025년을 기점으로 점진적으로 축소되거나 종료되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에게 에어드랍 등의 형태로 보상을 제공하며 리스테이킹을 유도했지만, 이러한 인위적인 지원이 사라지면서 실제 수익 모델의 약점이 더욱 부각되었다. 둘째, 2025년 4월부터 '슬래싱(Slashing)' 규정이 발효되었다. 슬래싱은 스테이킹된 자산이 네트워크 규약을 위반했을 경우, 해당 자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수하는 강력한 페널티다. 리스테이킹은 이중, 삼중의 보안 메커니즘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러한 슬래싱 위험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프로토콜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동시에, 명확한 수익 증대 효과를 얻지 못하자 결국 철수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던 5개의 유동성 리스테이킹 토큰은 총 218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나, 가장 최근 분기에는 95만 3,350달러로 절반 가까이 감소하며 수익성 악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더파이의 CEO 마이크 실라가제는 이러한 사업 전환이 단순히 수익성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리스테이킹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관리하고, 대신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금융 서비스 제공에 집중할 것”이라며, “탈중앙화 금융(DeFi)과 전통 금융을 잇는 암호화폐 네오뱅크(Neo-bank) 구축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더파이가 단순한 리스테이킹 프로토콜을 넘어,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이더파이의 행보는 암호화폐 시장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뜨거운 감자였던 리스테이킹이 이제는 수익성과 위험 관리 측면에서 도전을 받고 있으며, 시장 참여자들은 더욱 안정적이고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이더리움 생태계의 혁신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