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 절반, 시장 흐름과 반대로… 거대 기술주 쏠림 현상 심화

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벤치마크 지수인 S&P 500 지수에서 약 절반에 달하는 종목들이 전체 지수의 흐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음의 베타(negative beta)' 현상을 보이고 있어 시장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극소수의 거대 기술주들이 지수를 견인하는 가운데, 다수의 중소형주들이 부진한 성과를 면치 못하는 시장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골드만삭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S&P 500 지수에 상장된 종목의 약 45%가 3개월 기준 음의 베타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BC의 자체 분석 결과 역시 이와 유사하게, 약 40%의 S&P 500 종목이 3개월 기준 음의 베타를 보였으며, 17%는 1년 기준 음의 베타를 나타냈다. 베타(beta)는 개별 주식이 전체 시장(S&P 500)의 움직임에 비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음의 베타는 해당 주식의 수익률이 시장 지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음의 베타 종목의 급증은 최근 시장에서 감지되는 다른 이례적인 신호들과도 맥을 같이 한다. 지난 월요일 S&P 500 지수가 1.5% 상승하는 동안, 30개 종목은 52주 최저가를 경신한 반면, 단 7개 종목만이 52주 최고가를 기록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SentimenTrader의 설립자인 제이슨 괴퍼트(Jason Goepfert)는 S&P 500 지수가 최소 1% 상승하고 52주 최고가와 최저가에 근접하면서도 신규 고점보다 신규 저점이 더 많았던 사례가 1999년 12월, 즉 닷컴 버블이 최고점에 도달하기 직전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시장 지수 자체는 사상 최고치 또는 그 근처에 머물고 있더라도, 개별 종목 간의 상당한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LPL Financial의 수석 기술 전략가인 아담 턴퀴스트(Adam Turnquist)는 이러한 '넓어지는 격차'가 S&P 500 지수의 집중도 심화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시가총액이 매우 큰 소수의 기술 기업들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기 때문에, 이들 소수 종목의 강력한 성과가 다른 많은 종목들이 하락세를 보이더라도 지수 전체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턴퀴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단 몇 개의 거대 기업들이 상승세를 타면, 그 외에 시가총액이 적은 다수의 종목들은 굳이 상승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설명하며, S&P 500 종목 간의 상관관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졌음을 시사했다.
WisdomTree의 투자 전략 책임자인 브래들리 크롬(Bradley Krom) 또한 이러한 동일한 역학 관계가 개별 주식들이 큰 폭의 움직임을 보일 때에도 광범위한 지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베타는 상관관계와 변동성의 함수”라며, 주식들이 서로 다른 시점에 다른 이유로 큰 폭의 움직임을 경험할 때, 이러한 움직임들이 지수 수준에서 서로 상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인공지능) 열풍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7월 Alliance Bernstein은 1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볼 때, AI 관련 수혜주들이 시장 상승을 견인하면서 전례 없이 많은 수의 미국 주식들이 음의 베타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제조사, 하드웨어 기업 및 기타 AI 인프라 관련 수혜주들은 막대한 자본 투입에 힘입어 큰 이익을 얻은 반면, AI 테마에서 벗어난 기업들은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AllianceBernstein의 Select U.S. Equity Portfolios 최고 투자 책임자인 커트 페우어만(Kurt Feuerman)은 “좁은 시장은 투자자들이 지수 수익률로부터 받는 신호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며, “소수의 기업이 실적을 지배할 때, 재정적으로 건전한 많은 기업들이 가장 강력한 시장 내러티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뒤처지거나 심지어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주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우량 기업들이 소외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겉으로 보이는 지수 상승세에 안주하기보다,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과 시장 내에서의 위치를 면밀히 분석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S&P 500 지수의 특정 섹터, 특히 AI 관련 기술주들의 과도한 쏠림 현상은 잠재적인 버블 위험과 향후 시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므로 주의 깊은 관찰이 요구된다. 또한,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 금리 전망,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 거시 경제 지표 변화가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단순히 지수 추종 ETF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시기이며, 개별 종목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함께 분산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