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MiCA 첫 등록… 바이낸스-라가르드 갈등설 일축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 시장 규제법인 'MiCA(Markets in Crypto-Assets)' 등록부에 처음으로 4개의 가상자산 제공 사업자를 올렸다. 그러나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신청이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개입으로 무산되었다는 보도에 대해 그리스 당국이 강력히 부인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리스, MiCA 규제망 편입… 4개 사업자 등록**
그리스 금융감독위원회(HCMC)는 최근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의 MiCA 등록부 업데이트를 통해 BCash, Xenios Blockchain Group, Capital Wallet Greece, 그리고 피레우스 은행(Piraeus Bank) 등 4개 사업자가 공식적으로 등록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등록으로 총 359개의 고유 사업자가 MiCA 등록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MiCA 규제는 EU 회원국 내에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 업체들에게 통일된 규제 기준을 적용하여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그리스의 등록은 EU 차원의 통합 규제 프레임워크 내에서 회원국들이 어떻게 가상자산 시장을 관리해 나갈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 그리스 MiCA 신청 철회 및 갈등설**
원래 그리스의 첫 MiCA 승인 사업자라는 타이틀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량으로 유명한 바이낸스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바이낸스가 그리스의 승인을 받았다면, MiCA의 '패스포팅 시스템(passporting system)'을 통해 EU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될 터였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지난 6월 24일, HCMC의 공식적인 결정이 나오기 전에 그리스에서의 MiCA 신청을 철회했다.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9월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바이낸스의 그리스 MiCA 신청을 막기 위해 개입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WSJ는 그리스 당국이 해당 보도에 언급된 관계자들의 발언을 부인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그리스 금융감독위원회(HCMC)가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의혹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해명에 나섰다.
**그리스, MiCA 감독 분담… HCMC와 중앙은행 역할 분담**
이번에 그리스에서 MiCA에 등록된 사업자들은 그리스가 가상자산 감독 업무를 금융감독위원회(HCMC)와 그리스 중앙은행(Bank of Greece)으로 분담하여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BCash, Xenios Blockchain Group, Capital Wallet Greece는 HCMC가 감독 당국으로 명시된 반면, 주요 그리스 은행인 피레우스 은행은 그리스 중앙은행이 감독 당국으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감독 권한의 분담은 그리스가 MiCA 규정을 어떻게 자국 내에서 구현하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MiCA는 회원국들이 둘 이상의 감독 당국을 지정하고 규제 책임을 분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각국의 상황과 기존 금융 감독 체계를 고려한 유연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HCMC, 바이낸스 관련 보도에 대한 입장 재확인**
월스트리트저널은 9월 18일 보도에서, 그리스 고위 관계자들이 HCMC가 바이낸스의 신청을 승인할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라가르드 ECB 총재가 그리스 총리와 접촉하여 해당 신청을 승인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HCMC의 한 부위원장이 바이낸스 측에 라가르드 총재가 그리스 총리의 승인을 막기 위해 요청했다고 전달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HCMC는 코인텔레그래프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보도된 어떠한 공식적인 발언도 없었으며, 미초타키스 총리, 총리실, 재무부 또는 기타 그리스 정부 관계자로부터 바이낸스의 신청과 관련하여 어떠한 소통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HCMC는 “HCMC는 자신에게 귀속된 주장들을 명백히 거부한다”며, “어떠한 HCMC 관계자도 이 문제에 대해 ECB 관계자와 소통한 적이 없으며, 보도된 어떠한 진술도 HCMC나 그 관계자들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HCMC 부위원장이 바이낸스 측에 그런 발언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denial(부인)이 적용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HCMC는 해당된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HCMC의 강력한 부인은 바이낸스의 그리스 MiCA 신청 철회와 관련하여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만약 라가르드 총재의 개입이 사실이라면, 이는 EU 최고 금융 당국의 수장이 개별 가상자산 기업의 라이선스 발급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규제 강화와 시장 반응: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
MiCA 규제의 시행은 EU 내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명확성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엄격한 규제는 일부 혁신적인 프로젝트나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바이낸스와 같은 대형 거래소조차 규제 당국과의 관계 및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앞으로 가상자산 산업이 더욱 성숙해지고 규제 당국과의 협력이 중요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그리스의 MiCA 등록과 바이낸스 관련 논란은 EU 가상자산 시장 규제의 미래와 주요 플레이어들의 행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투자자들은 MiCA 규제 환경의 변화와 각국의 규제 당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루머나 의혹에 휩쓸리기보다 공식적인 정보와 규제 당국의 발표를 기반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