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8만 4천 달러 공방: 금리·유가 변동성이 발목 잡나

가상자산 시장의 대장주 비트코인이 8만 4천 달러 안팎에서 횡보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24일(현지시간) 기준 비트코인은 0.9% 상승한 8만 4천 달러선에서 거래되었으나, 주간으로는 2% 하락하며 최근 2주간 유지해 온 가격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 정체의 배경에는 암호화폐 시장 외부의 거시 경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치솟는 미국 국채 금리다. 특히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인 5.274%를 기록했으며, 3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2002년 이후 최고치인 5.583%에 달했다. 이러한 장기 금리 상승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록 화요일 장중 유가가 하락하면서 국채 금리가 소폭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비트코인을 포함한 위험자산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 변동성은 국채 금리 상승의 주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월요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계획 종료 요구를 거부하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비용 증가로 이어져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를 심화시키고, 이는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 가능성을 높여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다만, 이후 미국과 이란 간의 간접적인 접촉이 이어지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송 파이프라인 복구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는 하락세로 전환, 배럴당 104달러선까지 내려앉았다. 이러한 유가 변동성은 투자 심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금과 같은 안전자산 선호도를 높이는 동시에 비트코인과 같은 위험자산의 투자 매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카일 로다 Capital.com의 선임 금융 시장 분석가는 “원유 가격 상승은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자산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비트코인의 랠리가 잠시 주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에너지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비트코인이 상승 모멘텀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차트상으로는 단기 상승 추세 내에서의 조정 국면으로 해석하며 긍정적인 시각도 덧붙였다.
블록 스콜스(Block Scholes)의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타흐빕 라흐만은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과 미국 상원의 ‘암호화폐 투명성 법안(Clarity Act)’ 부결이라는 부정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8만 2천 달러에서 8만 4천 달러 사이의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러한 비트코인의 회복력의 배경에는 기관 투자자들의 꾸준한 수요가 자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8거래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하며 총 3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흡수했다. Farside Investors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의 순유입액은 3,107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이는 블랙록 IBIT에 5,480만 달러, 그레이스케일 미니 신탁에 1,032만 달러가 유입된 반면, GBTC에서 2,319만 달러, 피델리티 FBTC에서 1,090만 달러의 유출이 상쇄된 결과다. 현재 비트코인 현물 ETF는 총 1,078억 2천만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이며, 이는 전체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6.42%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한편, 옵션 시장 참여자들은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에 대비한 헤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7일에서 30일 만기 옵션의 25 델타 풋-콜 스큐(skew)가 중립에 가까운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하방 위험에 대비한 보호 상품 매수와 상승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변동성을 활용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비트코인 자산 운용사 스트래티지(Strategy)는 꾸준히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은 9월 21일부터 27일 사이에 약 1억 4,27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1,665개를 매입했다고 밝혔으며, 이를 통해 총 보유량을 증가시켰다. 이는 일부 기관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축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론적으로, 비트코인은 8만 4천 달러 수준에서 횡보하며 단기적인 가격 상승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미국 국채 금리와 불안정한 유가 변동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물 ETF로의 지속적인 자금 유입과 일부 기관 투자자들의 꾸준한 매수세는 비트코인의 잠재적인 회복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향후 비트코인의 가격 추이는 거시 경제 지표 발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방향,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