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중동 투자 확대…사우디·UAE 거점 마련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이 중동 지역에서의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아부다비와 리야드에 사무실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란 전쟁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중동 지역의 막대한 자본 유입 잠재력에 주목한 행보다. 테마섹은 4,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투자 기관으로, 걸프 지역의 장기적인 경제 변혁에서 오는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테마섹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지역의 경제 변혁 속도와 야심은 놀라우며, 장기적인 펀더멘털은 여전히 매우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딜한 필레이 산드라세가라(Dilhan Pillay Sandrasegara) 테마섹 CEO는 "우리는 이 지역의 우선순위와 테마섹 자체의 중점 분야 사이에 강력한 일치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전략적 결정은 중동 국가들이 탈석유 경제를 추구하며 산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 상황과 맥을 같이한다.
새롭게 설립될 리야드와 아부다비 사무실은 2027년 상반기 중에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사무실은 테마섹과 그 파트너 네트워크의 주요 거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미 테마섹의 파트너 상당수는 이들 거점에 함께 자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테마섹이 중동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테마섹은 중동 시장이 낯선 곳이 아니다. 이미 2025년, 테마섹의 자산운용 부문인 세비오라(Seviora)는 아부다비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무바달라 캐피탈(Mubadala Capital)과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공동 투자 기회를 모색해왔다. 또한, 올해 5월에는 블랙록의 글로벌 인프라 펀드, 아부다비의 L'IMAD, 국영 석유 회사 ADNOC와 손잡고 페르시아만 및 중앙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딜에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목표로 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테마섹의 중동 투자 확대 계획은 복합적인 시장 상황 속에서 진행된다. 최근 이란 전쟁은 중동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에 상당한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주요 산유국의 수출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은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위한 대체 경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국제 유가 변동성과 공급망 차질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며, 투자자들에게는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프로그램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재정 압박, 외국인 투자 유입 둔화, 그리고 이란 전쟁의 경제적 파급 효과 등으로 인해 일부 지연되거나 수정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이는 중동 지역의 경제 변혁이 순탄치만은 않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마섹은 이러한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 오히려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보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테마섹은 카타르 내 기관들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리야드와 아부다비 사무실 개설은 테마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확장하는 중요한 단계이다. 현재 테마섹은 중국, 인도, 벨기에, 미국, 멕시코, 영국 등 9개국에 13개의 사무실을 운영 중이며, 이번 중동 확장을 통해 총 11개의 지역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테마섹의 중동 지역 투자 강화는 단순히 금융 투자를 넘어, 에너지 전환, 인프라 개발, 기술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모색하려는 전략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테마섹은 글로벌 투자 기관으로서 중동 지역의 경제 다각화 노력에 발맞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며,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테마섹의 글로벌 투자 CEO이자 중동·아프리카 회장인 치아 송 휘(Chia Song Hwee)와 지역 총괄 책임자인 안킷 켐카(Ankit Khemka)가 이 지역에서의 투자를 주도할 예정이다. 이들의 전략과 실행 능력은 향후 테마섹의 중동 투자 성과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