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증권 기록 관리 규칙 대대적 개정...토큰화 시대 대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970년대 후반 이후 처음으로 증권 기록 관리 대행사(transfer agent)에 관한 규칙을 현대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번 개정안은 금융 시장의 디지털 전환 추세에 발맞추는 동시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증권 발행 및 거래의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EC는 공식 규칙이 실제 증권 기록 관리 대행사들이 현재 운영 방식 또는 미래에 운영할 방식, 특히 증권 발행 및 주식 이전과 관련하여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토큰화된 증권에 대한 전면적인 승인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기록 관리 시스템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인정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증권 기록 관리 대행사는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들은 누가 어떤 증권을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목록을 유지하고, 증권 이전을 처리하며, 제한 조항을 관리하고, DTCC(예탁결제원)와 협력하여 국가적 청산 및 결제 시스템 내에서 작동한다. 즉, 이들은 주식이 주식임을 증명하는 공식적인 등록 기관으로서 기능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이미 사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큰화된 증권은 24시간 연중무휴로 거래될 수 있으며, 기존 방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결제가 이루어지고 분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토큰이 실제로 나타내고자 하는 자산 자체와 분리되어 존재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중요한 ‘종이 증서’ 주위에 무수한 디지털 포장지를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는 이미 과거 ‘서류 작업 위기(Paperwork Crisis)’라는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다. 1960년대 후반, 예상치 못한 거래량 급증은 주식 거래를 처리하고 결제하는 데 사용되던 수동적인 종이 기반 시스템을 압도했다. 이로 인해 백오피스 업무는 심각한 지연에 빠졌고, 결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적체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수요일 휴장을 단행해야 했다.
당시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던 것은 누가 어떤 증권을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단일하고 권위 있는 목록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 위기는 결국 분산된 물리적 추적 방식에서 중앙 집중식 디지털 기록 관리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해결되었다. 1973년에 설립된 예탁결제회사(Depository Trust Company)는 실물 증권을 중앙 보관소에 ‘고정’시켜, 소유권이 전자 장부 기록을 통해 이전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스템은 오늘날 전 세계 금융 시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현재 토큰화는 비표준화된 기록 관리로 인한 과거의 문제점을 재현할 위험을 안고 있다. 만약 증권 소유권 데이터가 토큰 래퍼(token wrapper), 특수목적법인(SPV), 브로커의 내부 원장, 그리고 기록 관리 대행사의 오프체인(off-chain) 데이터베이스 등 여러 곳에 분산되어 저장된다면, 이는 곧 블록체인 시대를 위한 ‘서류 작업 위기’의 무대를 마련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Joris Delanoue(Fairmint)는 주장한다. 그는 ‘토큰이 곧 주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이 토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핵심은 이러한 분산된 기록이 어떻게 통합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관리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SEC의 규칙 현대화 제안은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고, 금융 시장의 혁신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규칙은 기록 관리 대행사가 블록체인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현대적 기록 관리 기법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변화를 넘어, 향후 디지털 자산 시장의 발전 방향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SEC의 전략적 움직임이라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금융기관과 신기술 스타트업 간의 협력 및 규제 준수 노력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