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토큰 바이백 가이드라인 강화…'탈중앙성' 조건 추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토큰 바이백(자사 토큰 재매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더욱 강화된 내용을 공개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특정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토큰 가치 안정화를 위해 진행하는 바이백 방식에 대한 규제적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SEC 직원들은 지난 9월 28일, 기존에 공개했던 FAQ(자주 묻는 질문)에 ‘중앙 당사자(central party)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이는 토큰 발행사가 바이백을 공표하는 것이 토큰 가치를 관리하겠다는 약속으로 간주되지 않기 위한 조건으로, 해당 암호화폐 시스템이 이미 기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 당사자’의 통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이전 가이드라인(9월 25일)에서는 암호화폐 시스템이 이미 기능하고 있다면, 토큰 발행사가 바이백을 발표하더라도 이를 토큰 가치 관리 약속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인해 ‘중앙 당사자가 없는’ 조건이 추가되면서, 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바이백 실행 과정에서 사실상 어느 정도의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기에 이번 규정 변경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상 바이백 과정에 대한 SEC의 감독 범위를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SEC 직원들의 변경된 답변에 따르면, 비증권형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바이백 발표는 시스템이 기능하고 중앙 당사자가 없을 경우, 그 자체만으로는 필수적인 관리 노력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즉, 바이백 발표가 곧 토큰 가치 부양 의지로 해석될 가능성을 낮춘 것이다.
만약 시스템이 아직 기능하지 않는 상태라면, SEC 직원들은 바이백 발표가 발행사가 투자자들에게 수익이나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구매를 제시할 경우, 그러한 약속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아직 개발 중인 프로젝트나 초기 단계의 암호화폐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은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토큰 바이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TokenLogic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은 토큰 바이백에 총 6억 3,800만 달러(약 8,700억 원)를 지출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프로젝트들이 유동성 공급, 토큰 가치 안정화, 또는 커뮤니티 지원 등의 목적으로 바이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SEC 직원들의 FAQ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특정 토큰이 증권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 변경은 바이백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에게 ‘누가 실질적으로 구매를 통제하는가?’라는 실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 프로젝트가 수백만 달러를 들여 토큰을 구매했더라도, 다음 구매가 언제 발생할지, 규모는 얼마나 될지, 프로그램이 중단될지 여부를 누가 결정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이러한 수치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SEC는 지난 3월 발표한 암호화폐 자산 해석에서도 ‘중앙 당사자’에 대한 보다 명확한 정의를 내린 바 있다. SEC에 따르면, 중앙 당사자는 암호화폐 시스템에 대한 운영, 경제, 또는 투표 통제권을 가진 개인, 회사, 또는 그룹을 의미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탈중앙화된 시스템은 이러한 통제 없이 운영된다.
이러한 정의는 암호화폐 시스템 전체에 적용된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재무(treasury)나 바이백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다고 해서 전체 시스템에 중앙 당사자가 있다고 자동으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가 경제적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할 때, 이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특히 프로젝트가 자동 바이백과 사람에 의한 의사결정을 결합하는 경우 이러한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프로그램의 일부로서 자동으로 토큰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회사, 위원회, 또는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가 다른 구매가 발생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핵심 질문은 '이러한 결정이 어느 정도의 중앙 집중화를 의미하는가'가 된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번 SEC의 가이드라인 강화가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많은 프로젝트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백 프로그램을 투명하고 탈중앙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투자자들 역시 바이백 발표를 곧 토큰 가치 상승 신호로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해당 프로젝트의 구조와 운영 방식을 면밀히 분석하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