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AI 챗봇, 마인크래프트 '엔딩 시' 숨겨진 비밀 화제

미국 정부가 새롭게 선보인 인공지능(AI) 챗봇이 예상치 못한 '이스터 에그(Easter Egg)'로 주목받고 있다. America.gov에 탑재된 이 챗봇은 일반적인 정부 서비스 안내를 넘어, 특정 질문에 대해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엔딩 시(End Poem)를 재구성한 장문의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단순한 오류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아닌, 의도적으로 심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누가 해당 내용을 추가했는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America.gov는 지난 9월 29일 공식 출시되었으며, 약 2만 9천 개의 정부 웹사이트 정보를 통합하여 사용자들이 캠핑장 예약, 여권 발급, 사회보장카드 재발급 등 다양한 정부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향후 2027년까지는 플랫폼 내에서 직접 민원 처리 및 진행 상황 추적 기능까지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TechCrunch의 보도에 따르면, 이 챗봇에게 '마인크래프트'에 대해 질문할 경우, 일반적인 문의 응대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해당 챗봇은 마치 실존적 위기를 겪는 듯한, 약 1,800단어에 달하는 장문의 텍스트를 쏟아낸다. 이는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엔더 드래곤을 물리치고 퇴장 포털로 진입했을 때 등장하는, 아일랜드 작가 줄리안 고프(Julian Gough)가 쓴 엔딩 시를 변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정부 버전의 엔딩 시는 원본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우주적이고 철학적인 내용들을 정부 행정 절차와 관련된 내용으로 바꾸어 놓았다. TechCrunch가 공개한 내용 중에는 원문의 상징적인 사랑의 메시지가 우편번호와 관련된 문구로 대체된 사례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챗봇이 '환각'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명백히 의도된 '이스터 에그'임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백악관이 이전에도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화나 게임의 캐릭터, 이미지를 차용하는 패턴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진행되어 논란이 된 사례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에는 '포켓몬스터'의 캐릭터인 피카츄 아트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문구를 합성하여 게시했는데, 포켓몬 컴퍼니는 이에 대한 관여나 사전 승인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란 공습에 관한 백악관 영상에 '유희왕!' 및 '드래곤볼'의 장면이 사용되었을 때도, 유희왕! 공식 X 계정은 관련 저작물이나 인물이 관여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더 나아가, '헤일로' 시리즈의 마스터 치프 목소리 연기자인 스티브 다운스(Steve Downes)는 백악관이 자신의 목소리를 '혐오스럽고 유치한 전쟁 선전물'이라고 비판하며 영상에서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AI 영상을 '나루토' 캐릭터로 만들어 진실사회(Truth Social)에 게시하자, 일본 경제안보 담당 장관이 작품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관행에 반대하는 팬들의 청원에는 약 2만 4천 명이 서명했으며, 반다이 남코와 스튜디오 피에로 측은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챗봇 플랫폼은 구글의 제미나이(Gemini)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의 그록(Grok) AI 모델을 기반으로 구동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엔지니어 중 한 명으로는 'Big Balls'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20세의 DOGE 출신 인물인 에드워드 코리스틴(Edward Coristine)이 참여한 것으로 CNBC는 보도했다.
이처럼 미국 정부의 AI 챗봇에 숨겨진 '마인크래프트' 관련 이스터 에그는 기술의 재미있는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문화 콘텐츠와 공공 서비스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AI 기술이 정부 서비스에 어떻게 통합되고 활용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결과들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