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지지 그룹, 법안 좌초 속 '선택' 나선다

미국 암호화폐 업계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base)가 지원하는 단체인 '스탠드 위드 크립토(Stand With Crypto)'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암호화폐 정책에 우호적인 상·하원 의원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최근 미국 상원에서 '명확성법(Clarity Act)' 통과가 무산된 지 약 두 주 만에 나온 조치로, 암호화폐 업계가 입법 투쟁에서 선거 투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전략을 본격화했음을 시사한다.
스탠드 위드 크립토는 2023년에 코인베이스가 주도하여 설립된 옹호 단체로, 이번에 처음으로 상원의원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공개했다. 이들은 정당을 불문하고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입장을 기준으로 후보들을 평가해왔다. 이번에 지지를 받은 상원의원 후보는 총 세 명이다. 오하이오주에서는 공화당 소속인 존 헌스티드(Jon Husted) 상원의원을 지지했다. 헌스티드 의원은 과거 암호화폐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셰로드 브라운(Sherrod Brown) 상원의원과 경쟁하는 지역구에서 출마한다. 이는 암호화폐 업계가 잠재적인 규제에 대비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또한, 아이오와주에서는 공화당 하원의원인 애슐리 힌슨(Ashley Hinson)을, 뉴햄프셔주에서는 민주당 하원의원인 크리스 파파스(Chris Pappas)를 지지 대상으로 선정했다. 파파스 의원은 전직 공화당 상원의원인 존 수누누(John Sununu)와 맞붙는다. 스탠드 위드 크립토는 특정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지지 대상을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하원의원 후보 중에서는 아이오와주 공화당 소속인 마리안네테 밀러-멕스(Mariannette Miller-Meeks)와 앨라배마주 민주당 소속인 쇼마리 피겨스(Shomari Figures)가 지지를 받았다. 스탠드 위드 크립토는 이 외에도 6개 주요 하원 선거구에서 광고를 확대하며 선거 운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8월, '입증된 디지털 자산 정책 챔피언'으로 평가한 32명의 현직 하원의원들에 대한 지지 발표에 이은 후속 조치다.
이번 지지 발표의 시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지난달 상원에서 49대 50의 근소한 차이로 부결된 '명확성법'의 실패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결정적인 배경 중 하나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호화폐 관련 거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드 위드 크립토는 당시 명확성법 부결을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의원들의 투표 결과가 공개적인 평가 점수에 반영될 것이며, 지지자들이 선거에서 이를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메이슨 리나우(Mason Lynaugh) 스탠드 위드 크립토 집행 이사는 그룹의 300만 명 이상 지지자들이 이제 친암호화폐 후보 선출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암호화폐 업계가 입법부 내에서의 직접적인 규제 논의보다는, 대중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전략적 전환을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은 거대한 암호화폐 관련 정치 자금의 흐름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스탠드 위드 크립토는 슈퍼 PAC(Super PAC)과는 달리 직접적인 선거 자금 기부를 하지 않는 대신, 유권자 동원 및 '유권자 허브(Voter Hub)'를 통한 후보 평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스탠드 위드 크립토가 높이 평가하는 후보들은 종종 업계와 연계된 PAC(Political Action Committee)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페어셰이크(Fairshake)' 슈퍼 PAC은 최근 셰로드 브라운 의원에 대항하여 3천만 달러 규모의 대규모 지출 공세를 시작했다. 2026년 선거 주기까지 암호화폐 관련 정치적 지출은 이미 약 2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오하이오주의 헌스티드 의원에 대한 지지는 이러한 선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만약 브라운 의원이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다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암호화폐에 회의적인 세력이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따라서 오하이오주 선거는 암호화폐 업계의 선거 동원 역량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지 시험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암호화폐 업계의 풀뿌리 조직이 보낸 메시지는 분명하다. 의회에서의 입법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제 싸움의 장은 선거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스탠드 위드 크립토는 유권자들에게 암호화폐 친화적인 후보를 지지하고, 그렇지 않은 후보에게는 책임을 묻도록 독려하며,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실질적인 결과로 증명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향후 미국 암호화폐 규제 환경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상용화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의 전방위적인 정치 자금 투입과 유권자 조직화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그 결과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