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불법 자금 동결: 영국, 암호화폐 거래소 3곳 제재

영국 정부가 러시아의 금융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암호화폐 거래소 3곳과 결제 플랫폼 2곳을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에 직면한 상황에서, 제재 대상 러시아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은닉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영국 외무·영연방 개발부(FCDO)는 목요일 발표를 통해 제재 대상 서비스 제공업체 중 3곳은 키르기스스탄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 중 2곳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A7 네트워크와 거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FCDO는 이러한 플랫폼의 차단이 제재 대상 기업들이 자금을 이동하고 접근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A7 금융 네트워크는 지난해 900억 달러 이상, 즉 러시아 연간 국방비 지출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조사 결과, 제재 대상 결제 플랫폼인 크립토머스(Cryptomus)와 헬레켓(Heleket)은 2025년 말 단 한 달 동안 900개에 달하는 불법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자금을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플랫폼들이 광범위한 불법 활동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다른 제재 대상인 키르기스스탄의 토큰스팟(TokenSpot) 거래소 역시 A7 네트워크와 연관되어 있었다. 체이널리시스는 토큰스팟이 그리넥스(Grinex) 및 미어(Meer)와 함께 동일한 HTX 예금 주소로부터 3억 800만 달러 이상을 수취했다고 밝혔다. 이는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 및 결제 플랫폼이 A7 네트워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러시아의 불법 자금 세탁 경로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앞서 지난 5월, 영국 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 HTX(구 후오비 글로벌)의 운영사인 후오비 글로벌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당시 HTX 측은 해당 제재가 별도의 법인인 후오비 글로벌에만 적용되며, 온라인 거래소 및 사용자 자금에는 영향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된 토큰스팟, 크립토머스, 헬레켓은 이번 사안에 대한 코인텔레그래프의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 루블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A7A5는 6월까지 총 1,100억 달러의 온체인 거래를 처리했으며,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안 업체 서틱(CertiK)은 밝혔다. 이는 암호화폐를 통한 제재 회피 시도가 여전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영국의 추가 제재는 러시아의 불법 금융 활동을 억제하고,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 제재 준수 의무를 강화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각국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 및 관련 서비스 제공업체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자금 세탁 방지(AML)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CFT) 규정 준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더욱 엄격한 규제 환경에 대한 대비가 요구된다.
특히, A7 금융 네트워크가 처리한 막대한 규모의 자금은 암호화폐가 국경을 초월한 금융 거래에서 얼마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악용할 경우 국제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FCDO는 이번 제재가 국제 금융 시스템의 무결성을 보호하고, 불법 행위자들이 제재를 우회할 수 없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이탈리아 중앙은행 또한 암호화폐 이전 시 제재 심사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등, 각국은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이 단순히 기술적인 발전을 넘어, 금융 시스템의 중요한 일부로서 규제 및 감독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이러한 규제 강화 추세는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