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870억 원 규모 고객 자금 유출 의혹 조사 착수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하드웨어 지갑 제조사 레저(Ledger)가 동남아시아 지역 고객들의 막대한 자금 유출 의혹과 관련하여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들 고객이 레저 기기를 재판매업체인 크립토빌리스(CryptoBilis)를 통해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재판매업체에 대한 조사 및 일시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레저는 금요일(현지시간) 발표를 통해 "현재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예방적 차원에서 크립토빌리스 측에 레저 기기의 모든 판매 및 배송을 일시 중단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90일 이내에 해당 재판매업체를 통해 레저 기기를 구매한 고객들에게는 기기를 아직 설정하지 않았다면 사용을 보류할 것을 권고했다. 이미 기기를 설정한 고객들에게는 새로운 시드 문구(Seed Phrase)를 사용하여 새로운 레저 기기로 자산을 이전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시드 문구는 암호화폐 지갑의 개인 키를 복구하는 데 사용되는 마스터 백업 구문이다.
이번 사태는 레저 기기가 초기 설정 단계에서부터 해킹에 노출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하드웨어 지갑은 본래 개인 키를 오프라인 상태로 안전하게 보관하여 외부 공격으로부터 자산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구매자에게 전달되기 전 기기가 이미 감염되었거나, 공격자가 이미 알고 있는 복구 문구가 포함된 상태로 배송될 경우, 사용자 자산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현재까지 레저 측은 자금 유출의 정확한 원인이나 피해 고객 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수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익명의 온체인 분석가인 스펙터(Specter)는 X(구 트위터)와 레딧 등에 올라온 레저 사용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추적한 결과, 이더리움(ETH), 트론(TRON), 비트코인(BTC) 등 여러 주요 블록체인에서 총 8,600만 달러(약 1,17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스펙터가 공유한 아캄(Arkham) 데이터에 따르면, 이 주소들에는 약 4,200만 달러의 ETH, 1,760만 달러의 BTC, 1,650만 달러의 USDT(테더)가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레저 측은 이 수치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으며, 모든 도난 사건이 재판매업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스펙터는 "여러 주요 블록체인, 이더리움, 트론, 비트코인에 걸쳐 수백 명의 피해자 지갑에서 유입된 금액을 추적했다"고 밝히며, "총 손실액 8,600만 달러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상당한 규모의 암호화폐 자산이 탈취되었음을 의미한다.
레저의 경쟁사인 트레저(Trezor) 역시 과거 배송 파트너사의 데이터 유출 사건과 이메일 계정 해킹 등 보안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암호화폐 하드웨어 지갑의 보안이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급망이나 재판매업체를 통한 잠재적인 취약점이 존재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하드웨어 지갑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사용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을 통해서만 제품을 구매하고, 기기 수령 후에는 반드시 초기 설정 단계에서부터 보안 절차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또한, 자산 보호를 위해 정기적으로 시드 문구를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필요한 경우 새로운 기기로 자산을 이전하는 등의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과 함께 보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레저의 이번 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