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빅테크 vs 암호화폐, '인터넷 주소' 선점 경쟁 후끈

오픈AI, 구글, 메타 등 인공지능(AI) 빅테크 기업들과 암호화폐 기업들이 새로운 인터넷 최상위 도메인(TLD)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할당 번호 관리 기관(ICANN)이 최근 발표한 신규 TLD 신청 현황에 따르면, ‘.agent’ 도메인을 두고 오픈AI, 구글, 메타를 포함한 총 13개 신청자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이번 신규 TLD 확장 라운드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이름 중 하나로 꼽힌다.
ICANN은 지난 10월 7일,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신규 일반 최상위 도메인(gTLD) 신청 라운드를 공개했으며, 총 481개 신청자로부터 1,615건의 신청을 접수했다. 이 중 ‘.agent’는 AI 에이전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술 기업들의 핵심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오픈AI는 ‘.agent’ 외에도 ‘.agi’(인공 일반 지능), ‘.gpt’, ‘.model’, ‘.skill’, ‘.voice’ 등 15개의 도메인 확장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관련 서비스 및 인프라 구축에 대한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역시 ‘.agent’와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등 오픈AI와 동일한 도메인 확보에 나섰으며, 메타 역시 ‘.agent’를 포함하여 자사의 AI 제품과 관련된 TLD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agi’는 7명의 신청자가 경쟁하고 있으며, ‘.mcp’는 5명의 신청자가 몰려 있어 향후 치열한 경매가 예상된다.
‘.mcp’는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개발한 표준으로, AI 애플리케이션과 외부 도구 및 데이터를 연결하는 데 사용된다. 앤트로픽 자체는 ‘.anthropic’과 ‘.claude’ 두 개의 TLD에만 신청했지만, ‘.mcp’는 다른 기업들의 경합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경쟁은 AI 에이전트가 웹사이트, 소프트웨어 서비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금융 인프라와 상호작용하는 미래를 대비하는 기술 기업들의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성공적인 TLD 등록기관(Registry)을 운영하는 기업은 해당 확장자를 사용하는 주소 등록을 관리하고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으며, 이는 상당한 재정적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ICANN의 표준 신청 수수료는 22만 7,000달러이며, 가치 있는 도메인 이름을 둘러싼 경쟁은 수백만 달러 규모의 경매로 이어질 수 있다. 구글은 2015년 ICANN 경매에서 ‘.app’ 도메인을 확보하기 위해 2,500만 달러를 지불한 바 있어, TLD 확보 경쟁의 높은 비용을 시사한다.
한편, 이러한 TLD 확보 경쟁은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뜨겁게 나타나고 있다. 암호화폐 기업들은 디지털 자산, 블록체인 네트워크, 온라인 결제와 관련된 TLD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ICANN의 예비 경쟁 데이터에 따르면, ‘.bit’ 도메인에는 11개의 신청이 몰려 ‘.agent’와 함께 가장 경쟁이 치열한 이름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또한 ‘.crypto’에는 5개, ‘.wallet’과 ‘.dao’에는 각각 4개의 신청이 접수되었다. ‘.bitcoin’, ‘.btc’, ‘.nft’ 등 암호화폐 관련 TLD 역시 각각 2개의 신청을 받았다.
암호화폐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탈중앙화된 인터넷 생태계 구축과 디지털 신원 관리, 자산 표현 등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다. ‘.bitcoin’과 같은 TLD는 비트코인 생태계의 확장과 더불어 사용자들의 디지털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wallet’은 안전하고 편리한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wallet’ TLD 확보 경쟁에 참여한 주요 플레이어들은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보안 강화 및 사용자 경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여러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TLD는 향후 탈중앙화 금융(DeFi)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거나, NFT(대체 불가능 토큰) 거래 플랫폼과의 연동을 더욱 용이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crypto’와 ‘.eth’(이더리움 관련 TLD, 이번 신청 라운드에 직접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연관성 높음) 등은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인터넷 주소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기존 인터넷 도메인 시스템의 중앙화된 특성을 극복하고,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통제권과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려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
결론적으로, AI 빅테크 기업들의 ‘.agent’ TLD 확보 경쟁과 암호화폐 기업들의 ‘.bitcoin’, ‘.wallet’ 등 디지털 자산 관련 TLD 확보 경쟁은 인터넷 주소 체계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식별자 및 주소 체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선점하려는 기업 간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는 곧 인터넷의 미래와 함께 잠재적인 수익 창출 기회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