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둔화 속 기업들, 수익성↑ 위해 상품 줄인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의 지출이 둔화되면서, 유통업체들이 경영 실적 개선과 투자자들의 신뢰 확보를 위해 판매 상품 수(SKU, Stock Keeping Unit)를 줄이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재고 부담을 줄이는 것을 넘어,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축소 성장(Shrink to Grow)'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은 이러한 추세에 대한 확신을 더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각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여러 유통 기업들이 판매 상품 수를 줄이는 노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달러 제너럴은 1,500개의 SKU를 줄였다고 발표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언더아머는 지난 몇 년간 SKU를 25% 축소했으며, 앞으로 25%를 추가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BJ's Wholesale Club 역시 전체 SKU의 약 20%를 감축할 예정이라고 전했으며, Lululemon은 북미 지역에서 15%의 SKU를 줄였다고 9월에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결정들은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거시 경제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전략으로 보인다.
판매 상품 수를 줄이는 것은 재고 관리 효율성을 높여, 기업이 원치 않는 재고에 묶이는 위험을 줄이고 판매량 안정화 또는 성장 전환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과도한 할인 판매를 방지하여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막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trade-off를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통업체들은 이러한 선택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축소 성장(Shrink to Grow)' 전략의 부상**
특정 제품의 판매 부진은 결국 할인 판매로 이어져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신제품 출시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에 일정 부분의 할인 판매는 불가피하지만, 과도한 할인 행사는 기업 경영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시미온 시걸(Simeon Siegel) 구겐하임 증권 선임 리테일 애널리스트는 "할인 판매가 전혀 없다면 충분한 패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라며, "그러나 할인 판매는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더아머와 룰루레몬은 투자자들이 과도한 할인 판매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직면해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언더아머는 2025년과 2026년 회계연도에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단기적인 매출 증대나 불건전한 판매량 추구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케빈 플랭크(Kevin Plank) 언더아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이제 질을 관리하고 있다. 더 적은 제품으로 더 큰 목적을 달성하고, 더 타이트한 실행과 명확한 구매 이유를 제시할 것"이라며, "훨씬 더 높은 정상 가격으로, 훨씬 적은 제품을 훨씬 많이 판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걸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유통업체가 매출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은 가격 결정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이다. 룰루레몬은 2024년 대비 2025년 회계연도에 5억 달러 이상 매출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3억 달러 감소했다. 지난 2년간 주가는 약 65% 하락했다.
시걸은 "더 적은 옵션을 파는 것이 더 적은 물건을 파는 것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라며, "룰루레몬은 갈 길이 멀다. 단순히 SKU를 줄이거나, 더 나은 제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과도하게 많으면 브랜드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룰루레몬은 2025년 회계연도에 63억 달러의 미국 매출을 기록했는데, 시걸은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국내 매출 30억~40억 달러 수준에서 건강한 포화 상태에 도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기업이 거대하면서도 여전히 트렌디함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그 이상이 되면, 단순히 제품을 싸게 만드는 것을 넘어, 그들이 지지하는 가치 자체를 희석시키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소비 심리 위축과 기업들의 생존 전략**
현재 미국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 특히 휘발유 및 식료품 가격 상승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감소시키고, 이는 전반적인 소비 지출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재고 부담 증가는 기업의 현금 흐름을 악화시키고, 할인 판매 증가는 수익성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U 축소는 이러한 전략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기업은 더 이상 모든 종류의 상품을 비치하는 대신, 판매량이 높고 수익성이 좋은 핵심 상품군에 집중함으로써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재고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물류 시스템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며, 마케팅 및 판촉 활동을 보다 집중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특정 상품에 대한 재고 부족 가능성을 줄여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줄어들어 원하는 상품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충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SKU 축소와 더불어, 고객들이 원하는 핵심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대체 상품에 대한 매력적인 제안을 제공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성공적인 SKU 축소를 위해서는 면밀한 시장 분석과 소비자 니즈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향후 전망**
현재의 경제 상황이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많은 기업들이 SKU 축소 및 수익성 개선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P 500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금리 인상 압박 속에서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기업들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단기적인 매출 감소보다는 장기적인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SKU 축소를 통해 얻은 효율성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경기 침체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힘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