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헷지펀드, '고효율' 전략이 오히려 '청산 함정' 부르는 이유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시장에서 활용하는 '고효율' 자본 운용 전략이 역설적으로 예상치 못한 청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여러 거래소에 분산된 담보 자산 활용은 자본 효율성을 높이지만, 급격한 시장 변동 시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져 펀드 전체의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비트코인 가격 방향성에 대한 예측을 벗어나, 자금 이동 속도와 거래소 간의 연계성 부족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기존의 비트코인 헷지펀드 전략은 여러 거래소에 별도의 거액을 예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공유 담보' 개념을 활용했다. 예를 들어, 100만 달러의 자금을 가진 펀드가 대출과 파생상품을 활용하면 9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익스포저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더 큰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지만, 동시에 갑작스러운 마진콜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한 가상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펀드가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유 중인 한 거래소에서 포지션 청산을 앞두고 있다고 가정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여 CME(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의 숏 포지션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에서의 매수(롱) 포지션은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두 거래는 서로의 위험을 상쇄하도록 설계되었지만, 문제는 하이퍼리퀴드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CME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직접 상쇄할 수 없다는 점이다. 펀드는 거래소가 해당 포지션을 강제 청산하기 전에 추가적인 담보를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거래소 간 자금 이동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특히 시장 하락기에는 출금이 지연되거나 심지어 중단될 수도 있다. 펀드는 전체 포트폴리오를 합하면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다른 계좌에 묶여 있어 손실을 만회하지 못하고 보유 자산의 절반을 잃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처음에 비트코인 방향성에 대한 베팅을 피하려던 전략을, 오히려 가격 변동에 크게 노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이라이트: 20% 비트코인 급락이 완벽한 헷지 전략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이유
또 다른 가상 상황은 펀드가 두 개의 상반된 비트코인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을 때 발생한다. 하이퍼리퀴드에서는 비트코인을 매수(롱)하고, CME에서는 비트코인 선물을 매도(숏)하는 포지션을 각각 450만 달러 규모로 유지한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20% 하락한다면, 숏 포지션은 약 9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이고, 롱 포지션은 거의 동일한 금액의 손실을 볼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비트코인 가격의 방향성 움직임으로 인한 손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숏 포지션이 롱 포지션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이 거래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래소들은 이 상황을 다르게 인식한다. 하이퍼리퀴드는 손실이 발생하는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담보를 요구한다. 반면 CME는 수익이 발생하는 숏 포지션이 있지만, 그 수익은 다른 계좌에 있으며 별도의 증거금 및 정산 절차를 따른다. 펀드는 하이퍼리퀴드가 손실 포지션을 청산하기 전에, CME의 수익금을 이체하거나 양쪽 포지션을 모두 청산해야 한다. 만약 자금 인출이 지연되거나, 이체가 동결되거나, 수익이 발생하는 거래를 충분히 빠르게 청산할 수 없다면, 펀드는 포트폴리오 전체에 걸쳐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쪽 계좌에서 자금 부족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하이퍼리퀴드가 롱 포지션을 청산하면, 펀드는 더 이상 상쇄되는 거래 없이 숏 포지션만을 보유하게 된다. 이제 펀드는 애초에 비트코인 방향성에 대한 베팅을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할 경우 손실을 보게 된다. 이는 '공유 담보'와 '자본 효율성'이라는 장점이 오히려 펀드의 유동성을 취약하게 만들고, 급격한 시장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청산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거래소 간의 정보 공유 부재와 자금 이동의 비효율성이 비트코인 헷지펀드의 '청산 함정'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안 웨이스버거(Ian Weisberger)는 이러한 복잡성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리스크 관리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