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무제한 발행 버그 긴급 패치…탈중앙화 논란 재점화

XRP 원장(XRP Ledger, XRPL) 개발팀이 네트워크의 고정된 공급량을 초과하는 XRP를 무제한으로 발행할 수 있는 치명적인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 보안 패치를 적용한 것에 대해 네트워크 운영자들에게 강요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XRP 원장 개발자들은 9월 25일 배포된 긴급 패치에 대해, 버그를 공격자들에게 노출시킬 위험 없이 일반적인 2주간의 검증자(validator) 투표를 기다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패치는 버그 현상금 보고서 제출 3일 후에 나왔으며, 설치된 모든 서버에서 즉시 효력을 발휘했다. 개발팀은 이는 10년 이상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정상적인 수정 프로세스를 의도적으로 우회한 첫 사례라고 덧붙였다.
XRPL 개발팀은 X(구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일반적인 수정 투표 절차를 따랐다면, 수정 사항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에 수주 동안 공개되어 네트워크 보안을 위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긴급 패치 적용은 XRPL의 탈중앙화 수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XRPL은 웹사이트를 통해 스스로를 완전히 탈중앙화된 공개 블록체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네이티브 토큰인 XRP가 증권이 아니라는 주장의 핵심 근거가 되어왔다.
**XRPL 보안 수정, '많은 질문' 제기**
사이버 캐피탈(Cyber Capital)의 창립자인 저스틴 본스(Justin Bons)는 9월 28일, XRP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탈중앙화되었다고 홍보하는 것은 ‘정직한 사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9월 25일 긴급 배포된 수정 사항이 바이너리 형태로만 제공되었고, 소스 코드는 일시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운영자들이 업그레이드를 하도록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XRP 원장 재단(XRPL Foundation)은 일반적인 수정 절차를 건너뛰기로 한 결정이 버그의 심각성을 평가한 후 재단, 리플X(RippleX), 핵심 개발자 및 검증자들이 공동으로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어느 단일 당사자도 이러한 결정을 혼자 내릴 수 없었다. 모든 검증자 및 노드 운영자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실행할지 선택하며, 3.4.1 버전은 2주 동안 80% 이상의 검증자 지지를 받은 일반적인 수정 투표를 통해서만 필수적으로 되었다. 프로토콜 변경은 여전히 수정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무제한 XRP 발행 가능했던 버그의 전말**
프로젝트의 취약점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버그는 2015년부터 XRP 원장의 결제 엔진에 존재했던 정수 오버플로우(integer overflow) 문제였다. XRP 잔액은 고정된 최대값을 가진 64비트 정수로 저장되는데, 합계가 이 최대값을 초과하면 계산이 실패하는 대신 더 작은 숫자로 '랩핑(wrapping)'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공격자는 이를 악용하여 매우 큰 양의 XRP를 요구하는 수백 개의 특별 가격의 오퍼(offer)를 생성한 후, 이를 모두 소비하는 단일 결제를 보냄으로써 버그를 실행할 수 있었다.
독립적인 검증자 운영자인 XRP 쿠웨이트(XRP Kuwait) 역시 이번 협조적인 업그레이드가 중앙화된 통제를 시사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XRP 쿠웨이트는 “운영자들이 업데이트를 조율하는 것 자체가 중앙화된 통제의 증거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조율은 통제와 다르다. 독립적인 운영자들은 상황을 평가하고, 서로 소통하며, 자신의 독립성을 포기하지 않고도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긴급 패치는 XRP 원장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이지만,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는 탈중앙화라는 핵심 가치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XRPL이 이러한 보안 문제와 탈중앙화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갈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