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하드월렛 또 뚫렸다…9320만 달러 규모 암호화폐 도난 의혹

전 세계 암호화폐 사용자들의 자산 보안을 책임지는 하드월렛 제조사 레저(Ledger)에서 또다시 심각한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블록체인 분석 및 정보 제공 업체들은 레저 기기와 연계된 수백 개의 지갑에서 최대 9,450만 달러(약 1,29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가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 리셀러인 크립토빌리스(CryptoBilis)를 통해 판매된 기기에서 이러한 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비트쿼리(Bitquery)와 같은 블록체인 분석 업체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9,320만 달러(약 1,278억원) 상당의 암호화폐가 유출된 것으로 추적했습니다. 이들 업체에 따르면, 해커들은 6개 블록체인에 걸쳐 315개의 지갑에서 주로 테더(USDT)와 트론(TRON) 토큰을 탈취했습니다. 보안 연구 플랫폼 YFarmX는 이보다 더 높은 수치인 9,450만 달러(약 1,290억원)가 7개 블록체인에 걸쳐 521개의 주소에서 유출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이 수치들은 공개된 블록체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이며, 레저 측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한 피해액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레저는 영향을 받은 기기 중 최소 하나에서 승인되지 않은 하드웨어 이식(implant)이 발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해커가 직접적으로 수백 개의 지갑을 비울 수 있는 키를 획득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레저는 도난당한 지갑이 동일한 방식으로 손상되었는지, 또는 기기가 어떻게 조작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테더(Tether)는 이번 도난 사건과 연관된 1,000만 달러(약 137억원) 상당의 USDT를 동결 조치했습니다. 테더와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범죄와 연관된 토큰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건 해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비트쿼리 측은 10월 11일 기준으로 약 8,100만 달러(약 1,110억원)가 아직 온체인 상에서 추적 가능한 상태이며, 일부 자금은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와 지캐시(Zcash)를 통해 이동했음을 밝혔습니다.
레저는 이번 사건이 크립토빌리스라는 특정 리셀러에게 국한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 리셀러가 레저 공식 웹사이트에 '공인 리셀러'로 등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X(구 트위터) 사용자는 “이것은 크립토빌리스의 문제가 아니라 레저의 문제”라며, “최소한 이 혼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레저가 판매 채널 관리에 소홀했거나, 혹은 더 광범위한 보안 취약점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번 사고는 지난 4월 발생했던 가짜 레저 라이브(Ledger Live) 앱을 통한 피싱 캠페인과는 구별됩니다. 당시에는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악성 앱에 사용자들이 복구 문구를 입력하면서 최소 950만 달러(약 130억원)가 탈취당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복구 문구를 직접적으로 노출시키지 않고도 자산을 탈취할 수 있는 수준의 보안 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레저는 크립토빌리스 고객들에게 사용하지 않는 기기를 설정하지 말라고 권고했으며, 이미 사용 중인 고객들에게는 새로 생성된 복구 문구를 사용하여 새로운 기기로 자산을 이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는 현재 사용 중인 기기 자체의 보안성이 의심된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하드월렛이 암호화폐 보안의 최종 방어선으로 여겨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3자 리셀러나 공급망에서의 잠재적인 보안 위협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하드월렛 구매 시 공인된 판매처인지 꼼꼼히 확인하고, 기기 수령 후에는 초기 설정부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주기적인 보안 업데이트 및 사용자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됩니다. 레저 측의 이번 사건에 대한 명확하고 투명한 조사 결과 발표와 피해 보상 계획이 향후 사용자들의 신뢰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드월렛 제조사들이 더욱 강화된 보안 감사 및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암호화폐 투자자들 역시 하드월렛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다중 서명 지갑(multi-signature wallet) 활용, 소액 분산 보관 등 다양한 보안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