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암호화폐로 1.38억 건 결제…美 AI 모델 투자 주도

인공지능(AI) 에이전트들이 단순한 상호작용을 넘어 실제 경제 활동에 뛰어들고 있다. 데이터 구매, 컴퓨팅 파워 확보, AI 모델 접근권 구매 등에 암호화폐를 활용한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특히 미국이 AI 모델 투자 및 결제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북미 3조 달러 암호화폐 경제: 에이전트 커머스 가속화' 보고서에 따르면, 코인베이스의 베이스 블록체인 상 x402 프로토콜을 통해 AI 에이전트들이 1억 3,800만 건 이상의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AI 에이전트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이번 보고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미국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이다. AI 모델 추론(inference)에 대한 결제에서 지리적으로 식별 가능한 거래의 88.1%가 미국 관련 지갑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관련 지갑의 0.1%와 비교할 때 엄청난 격차이다. 체이널리시스의 에릭 자딘(Eric Jardine) 연구 책임자는 “중국 개발자들이 DeepSeek, Qwen과 같은 오픈 가중치 모델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 종량제 추론 서비스 구매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관련 지갑은 보안 및 코드 분석 서비스 결제에서 우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별 AI 개발 전략과 활용 방식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점은 거래 금액의 대부분이 매우 소액이라는 사실이다. 분석된 x402 결제의 87% 이상이 10센트(약 130원) 이하의 금액이었으며, 이 중 상당수는 1센트(약 13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마이크로페이먼트(소액 결제)에 이상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러한 거래들이 진정한 상업적 수요를 얼마나 반영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x402 프로토콜은 코인베이스가 지원하는 결제 프로토콜로, AI 에이전트가 암호화폐를 이용해 디지털 서비스를 자동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존의 신용카드 결제 방식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센트의 일부 단위로도 거래가 가능하여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개입 없이도 데이터, 컴퓨팅 파워 등 다양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AI 에이전트의 암호화폐 결제 활성화는 앞으로 AI 기반 경제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니모카 브랜드(Animoca Brands)의 공동 설립자 겸 회장인 얏 시우(Yat Siu)는 향후 몇 년 안에 1,000억 개의 AI 에이전트가 인터넷에서 거래를 수행할 것이며, 이때 암호화폐가 주요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최고 전략 책임자인 스테파니 코언(Stephanie Cohen)은 “스테이블코인은 AI 에이전트가 처음으로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래 유형에 특히 적합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스트라이프(Stripe)와 같은 글로벌 결제 기업들도 x402 프로토콜을 지지하고 있으며, 코인베이스는 이미 비즈니스 고객들이 AI 에이전트로부터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AI 에이전트와 암호화폐의 결합이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 실제적인 상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체이널리시스의 보고서는 AI 기술 발전과 더불어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의 혁신적인 활용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소액 결제에 최적화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미래 디지털 경제에서 AI 에이전트와 암호화폐의 시너지가 어떻게 발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낮은 거래 금액으로 인한 진정한 상업적 수요 측정의 어려움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