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대 은행, 암호화폐 계정 차단…OCC 규제 철퇴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대형 은행들의 암호화폐 관련 계정 차단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OCC는 지난 10월 14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미국 내 9개 주요 국책 은행이 과거부터 디지털 자산 발행사, 거래소, 관리자 등에 대해 계정 차단 조치를 취해왔음을 확인했다. 이는 해당 은행들이 금융 범죄 가능성을 주요 사유로 삼아 암호화폐 업계를 차별해왔다는 비판에 힘을 싣는 결과다.
조나단 굴드 OCC 국장은 은행들이 고객을 객관적이고 위험 기반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개별 고객에 대한 거부 결정은 유지하되 부당한 배제를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OCC의 조사는 2020년부터 2025년 9월까지의 정책을 검토했으며, JP모건 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은행, 웰스파고, US뱅크, 캐피탈 원, PNC뱅크, TD뱅크, BMO뱅크 등 9개 은행이 대상에 올랐다.
OCC는 이번 조사에서 약 10만 건의 민원과 42만 페이지에 달하는 5만 건의 문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금융 기관들이 디지털 자산 발행, 거래, 관리와 관련된 고객에 대해 은행 계좌 개설을 제한했으며, 이는 주로 금융 범죄 고려 사항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산업 전반에 걸쳐 이러한 제한은 전면적인 금지부터 추가 검토 및 승인까지 다양하게 적용되었다.
이번 OCC의 발표는 특히 중소 규모 암호화폐 기업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개별 은행의 위험 평가가 여전히 이들 기업의 은행 서비스 접근에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굴드 국장의 접근 방식은 객관적인 위험 평가에 따른 거부 결정은 존중하지만, 불합리한 배제는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지난해 8월 행정부가 발표한 공정 금융 행정 명령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번 규제 강화의 핵심은 OCC가 금융, 운영, 규정 준수 제약과 합법적인 사업에 대한 불승인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감독이 실질적인 은행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지에 달려 있다. 은행들이 단순히 암호화폐라는 이유만으로 고객을 차별하는 것을 넘어, 실제적인 위험 평가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번 조치의 목표다.
이번 조치로 인해 은행들이 암호화폐 기업들과의 거래에서 겪는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될지 주목된다. 특히, BNY 멜론이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발표한 사례는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BNY 멜론은 기관 고객을 위해 USDC를 수탁하고, Circle을 통해 달러로 USDC를 발행하거나 달러로 상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디지털 자산 수탁과 스테이블코인 활동의 달러 측면을 연결하는 중요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서비스가 모든 암호화폐 기업에게 개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BNY 멜론은 기관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가용성을 언급했지만, 중소 규모 암호화폐 기업들의 자격 요건과 더 넓은 경쟁 효과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 OCC의 이번 조치가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에 걸쳐 은행 서비스 접근성을 어떻게 개선할지, 그리고 규제 당국의 감독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번 OCC의 발표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금융 범죄 및 자금 세탁 방지(AML) 규정을 이유로 은행 계좌 개설 및 유지가 어려웠던 많은 암호화폐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굴드 국장이 강조한 '객관적인 위험 기반 기준'은 은행들이 암호화폐 기업의 사업 모델 자체를 억압하는 대신, 실제적인 위험 요소를 평가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는 암호화폐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제도권 편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OCC의 규제 강화 조치는 미국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포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감독 개혁이 자금 세탁 방지 및 제재 의무를 유지하는 선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은 여전히 암호화폐 기업들이 규제 준수를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암호화폐 산업의 미래는 규제 환경 변화와 함께, 각 기업의 투명성과 건전한 운영 능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