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8만 달러 붕괴, 10억 달러 규모 청산…투자자 '패닉'

미국발 고물가 지표 충격에 암호화폐 시장이 휘청이며 비트코인이 8만 달러 선을 하회했다. 24시간 동안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되었으며, 특히 롱(매수) 포지션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업체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총 177,440명의 트레이더가 청산당했으며, 청산 규모는 9억 4,822만 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롱 포지션 청산액은 8억 5,896만 달러로 전체의 90.6%를 차지했다. 이더리움이 2억 8,203만 달러로 가장 큰 규모의 청산을 기록했으며, 비트코인 역시 2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롱 포지션이 청산되며 뒤를 이었다.
이는 최근 90일 동안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롱 포지션 청산일로 기록되었다. 지난 10월 8일과 8월 22일에 기록된 청산 규모보다 소폭 적지만, 시장 전반에 드리운 불안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1,203만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롱 포지션은 80,208.96달러에 강제 청산되며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청산이란 투자자가 레버리지를 이용해 가격 변동에 베팅할 때, 시장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여 담보 가치가 줄어들었을 때 발생한다. 담보 가치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면 거래소는 해당 포지션을 자동으로 매도하게 되는데, 이러한 강제 매도는 가격 하락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연이어 다른 레버리지 포지션의 청산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번 시장의 급락을 촉발한 요인은 수요일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목요일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였다. 9월 CPI는 전년 대비 3.7% 상승하며 예상치 3.6%를 상회했고, 근원 CPI 역시 2.6%로 예상치 2.5%를 웃돌았다. 또한,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6.3% 상승하며 5.5%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이러한 고물가 상황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높은 금리는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며, 거의 무위험으로 약 5%의 수익을 제공하는 국채는 비트코인과 같은 위험 자산의 매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린다. 또한, 금리 인상은 대출 비용을 증가시키고 달러 강세를 부추겨, 암호화폐 시장에서 레버리지 트레이더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렴한 자금 조달 환경을 위축시킨다.
카테고리별로 살펴보면, 비트코인은 2.6% 하락하며 중요한 지지선이었던 8만 달러를 이탈했다. 이더리움과 XRP는 각각 5%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고, Zcash는 10% 가까이 급락하며 시장 전반의 약세를 대변했다. 상위 100개 암호화폐 중 상승세를 보인 코인은 단 5개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넥소(Nexo)의 분석가인 일리야 칼체프(Iliya Kalchev)는 이번 매도세를 연준 정책보다는 광범위한 위험 회피 심리로 분석했다. 그는 주식과 구리 가격이 하락하고, 금 가격은 상승했으며, 한국의 코스피 지수 또한 약 8%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위험 자산 시장의 약세를 지적했다.
칼체프는 “비트코인은 9월 말부터 유지해 온 81,000달러에서 87,000달러 범위의 하단으로 미끄러졌으며, 글래스노드(Glassnode)는 80,000달러를 주시해야 할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비트코인이 현재 미국 현물 ETF 보유자들의 평균 매수 단가인 82,300달러보다 약 2%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지난 21거래일 동안 해당 가격대를 상회했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물 ETF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음을 의미하며, 추가적인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비트코인의 8만 달러 붕괴는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으며, 거시 경제 지표와 연준의 정책 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레버리지 사용에 신중해야 하며,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현물 ETF 보유자들의 손실 구간 진입은 심리적 압박을 가중시켜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