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기업 사이퍼, AI 전환 위해 8.5억 달러 부채 조달…주가 52% 급락

비트코인 채굴 업체 사이퍼 디지털(Cipher Digital)이 인공지능(AI)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의 일환으로 8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는 4천만 주 이상의 신주 발행을 강행하면서 회사의 주가는 지난 1년간 52% 이상 급락하는 부침을 겪었다. 이번 자금 조달은 2030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자들이 만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퍼가 AI 인프라를 통해 충분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음을 시사한다.
사이퍼의 주가는 지난 10월 16일 종가 기준 8.98달러로, 해당 거래일 전날 대비 10.6% 하락하며 2025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년간 주가가 50% 이상 폭락한 상황에서 더욱 심화된 것으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로의 값비싼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가치평가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0월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서류에 따르면, 사이퍼는 2030년 만기 예정이었던 전환사채 약 1억 6,590만 달러를 4,070만 주의 신규 발행 보통주로 교환했다. 여기에는 미지급 이자에 대한 변제액도 포함되었다. 이 거래를 통해 해당 채무 시리즈의 대부분은 해소되었으며, 약 660만 달러만이 미결제로 남아있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회사의 주식 수가 즉각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희석되었다.
이러한 주식 교환은 지난 10월 12일 이후 사이퍼의 주당 시가총액이 약 31% 감소한 급격한 매도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새로 발행된 주식을 수령한 채권자들은 자신들의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기존 채무와 연계된 헤징 포지션을 청산할 경우 추가적인 매도 압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한편, 사이퍼는 별도로 8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10월 16일에 완료했다. 이는 AI 워크로드를 지원하도록 설계된 데이터 센터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차입 약정을 더욱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 두 건의 거래를 통해 사이퍼는 약 6억 8,400만 달러 이상의 신규 부채를 안게 되었으며, 이는 주주 희석과 함께 향후 확장되는 인프라 포트폴리오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AI 전환, 사이퍼의 재무 건전성에 추가 압력 가중
새로운 전환사채는 2032년 11월 만기이며, 정기적인 이자 지급이 없어 사이퍼는 즉각적인 쿠폰 비용 증가 없이 개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해당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특정 조건 하에 2030년 11월에 현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는 예정된 만기일 이전에 상당한 재융자 의무를 발생시킬 잠재력을 지닌다.
또한, 이 증권들은 현재 사이퍼의 최신 종가보다 훨씬 높은 주당 약 15.31달러의 초기 전환 가격을 가지고 있다. 회사는 향후 전환으로 인한 잠재적 희석을 제한하기 위한 캡드 콜(capped-call) 거래에 약 8,970만 달러를 지출했으며, 이는 주당 28.35달러의 초기 주가까지 보호 범위를 확장한다. 사이퍼는 초기 구매자 할인 및 수수료를 제외하고 약 8억 3,510만 달러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회사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동안, 주가 하락과 부채 부담 증가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사이퍼의 이러한 행보는 비트코인 채굴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전통적인 채굴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짐에 따라, 많은 채굴 업체들이 고성능 컴퓨팅(HPC) 및 AI 관련 사업으로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사이퍼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AI를 위한 데이터 센터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는 막대한 초기 투자와 함께 재무적 리스크를 수반한다.
특히, 전환사채의 구조는 발행 기업에게 유동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주가 변동에 따라 채권자들이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만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복잡한 재무적 장치를 가지고 있다. 사이퍼의 경우, 현재 주가가 전환 가격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식 전환 가능성이 낮지만, 향후 주가 회복 시 대규모 희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반대로 주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채권자들이 만기 상환을 요구하면서 유동성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투자자들에게 큰 우려를 안겨주고 있으며,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사이퍼의 AI 전환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AI 워크로드 수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AI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경쟁 역시 치열하다. 사이퍼가 기존 거대 기술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AI 사업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회사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상환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암호화폐 채굴 산업 전반의 투자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다. 전통적인 암호화폐 채굴 사업 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겪을 수 있는 재무적, 운영적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사이퍼의 향후 실적 발표 및 AI 사업 관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회사가 제시하는 미래 비전이 현실적인 재무 계획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높은 이자 비용 부담은 물론, 부채 상환 압박까지 가중될 경우 사이퍼의 재무 상태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