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형 암호화폐' 상장 난항…SEC 규제 명확성 부족 지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안한 암호화폐 규제 명확화 방안이 오히려 기존 암호화폐(legacy crypto)의 중앙화 거래소 상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지갑 백업 업체인 볼트12(Vault12)는 지난 2018년 VGT(Vault Guardian Token) 토큰 판매를 통해 1,745만 달러를 조달했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중앙화 거래소에서도 거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볼트12는 자체적으로 백서에 명시된 모든 약속을 이행했거나 공식적으로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하며, SEC의 제안된 세이프하버(safe harbor) 규정이 거래소로 하여금 토큰 상장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EC 제안 '세이프하버'의 역설**
SEC는 지난 8월 '규제 암호화폐 자산(Regulation Crypto Assets)' 제안을 통해 토큰이 원래의 투자 계약 적용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을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 제안의 핵심에는 '세이프하버' 프레임워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토큰 발행자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해당 토큰이 더 이상 증권으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입니다. 발행자는 토큰 판매와 관련된 경영 노력을 완료하거나 영구적으로 중단해야 하며, 새로운 약속을 하지 않고 이를 이행할 의도가 없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설명하는 전환 보고서(Form TR)를 제출해야 합니다.
볼트12는 자신들의 VGT 토큰 판매가 이러한 세이프하버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여러 중앙화 거래소에 상장을 문의한 결과, 거래소들은 "SEC가 나중에 VGT가 여전히 기존 투자 계약의 적용을 받는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만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이는 SEC의 제안이 명확한 면책을 제공하기보다는, 오히려 SEC의 향후 규제적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을 남겨두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기존 토큰 상장의 딜레마**
볼트12의 사례는 SEC의 규제가 의도치 않게 기존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화 거래소는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검증되고 새로운 토큰, 또는 이미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명확히 입증된 토큰만을 상장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투자자들에게 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업계 단체인 디지털 챔버(The Digital Chamber) 역시 유사한 우려를 제기하며, 볼트12의 의견서에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이들은 SEC의 제안이 기존 프로젝트들이 증권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명확하고 실행 가능한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SEC가 6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해당 신고를 확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거래소들이 상장을 결정할 수 있는 명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결 과제와 향후 전망**
볼트12와 디지털 챔버의 지적은 SEC가 단순한 규칙 제안을 넘어, 실제 시장 참여자들이 규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행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려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특히, 이미 상당한 기간 동안 운영되어 온 기존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 안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만약 SEC가 현행 제안을 유지할 경우, 많은 기존 암호화폐들은 중앙화 거래소 상장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유동성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해당 토큰의 가치 하락과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결국, SEC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함께, 기존 암호화폐의 상장과 거래를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명확한 지침 마련이 암호화폐 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이번 볼트12의 의견서는 SEC가 기존 암호화폐 생태계를 어떻게 지원하고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SEC가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