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AI '초지능'·'토큰화' 시장 리스크로 지정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국이 2027년 회계연도(FY2027) 검사 우선순위 목록에 인공지능(AI)의 '초지능(super intelligence)'과 '토큰화(tokenization)'를 시장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명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는 AI와 토큰화가 더 이상 개별 기업의 기술 도입 문제를 넘어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으로 간주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SEC 조사국은 목요일(현지시간) 공개한 FY2027 우선순위 목록에서 "시장 운영, 규정 준수, 사기 방지 및 투자자 보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초지능 및 기타 첨단 기술"을 공식 검사 지침의 일부로 포함시켰다. 이는 과거 AI를 기업이 채택하는 비즈니스 도구로 초점을 맞췄던 이전의 검토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시장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AI가 금융 시장에서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새로운 형태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높아졌음을 반영한다. 특히 '초지능'이라는 용어는 현재 상용화된 AI 수준을 넘어, 통제 불가능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의 AI가 등장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토큰화 역시 시장 인프라 변화와 관련된 별도의 항목으로 우선순위 목록에 올랐다. SEC 조사국은 "국채 청산 개혁, 토큰화 및 관련 발전 사항을 포함한 변화하는 시장 인프라와 관련된 위험"을 우선 검토 영역으로 제시했다. 이는 이미 토큰화된 상품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브로커, 투자 자문사, 명의개서 대리인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앞으로 이들 기관의 규정 준수 프로그램이 단순한 정책적 검토를 넘어 실제적인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SEC 조사국장인 키스 캐시디(Keith Cassidy)는 이러한 우선순위 설정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하고, 새로운 위험 패턴을 식별하며, 신흥 위협에 대응하고, 투자자와 시장이 취약할 수 있는 영역을 예측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접근 방식은 시장 상황 변화에 적응하고, 개발 중인 위험 패턴을 파악하며, 신흥 위협에 대응하고, 투자자와 시장이 취약할 수 있는 영역을 예상할 수 있도록 한다"고 SEC 발표 자료를 통해 밝혔다.
SEC 조사국은 이번 목록이 모든 것을 망라하는 것은 아니며, 조사관들은 연방 증권법 규정 준수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AI와 토큰화 외에도 새로운 형태의 시장 위험이 감지될 경우 언제든지 검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SEC가 2026년 회계연도(FY2026) 검사 우선순위에서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독립적인 초점 영역에서 제외시킨 바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이는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시대의 강경한 단속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폴 앳킨스 SEC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신호로 해석됐다. 그러나 2027년 우선순위 문서는 암호화폐를 다시 독립적으로 다루지는 않으면서도, 지난 1년간 자본 시장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가지 기술 트렌드인 AI 위험과 토큰화를 우선순위 목록에 통합시킨 것이다.
SEC 조사국의 검사 프로그램은 현재 투자 자문사, 투자 회사, 브로커-딜러, 청산 기관, 명의개서 대리인을 포함한 34,000개 이상의 등록 기관을 포괄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이들 기관은 AI와 토큰화 관련 규정 준수 및 잠재적 위험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 역시 AI 기반 기술의 발전과 토큰화된 자산의 확장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SEC의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평가되지만, 동시에 신기술 도입에 대한 규제적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SEC의 구체적인 검사 내용과 시장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