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64억 달러 해킹, 비트코인 2018년처럼 폭락 않한 이유

암호화폐 시장이 역사상 최대 규모인 64억 달러(약 8조 7천억 원) 규모의 해킹 사태에도 불구하고 2018년과 같은 급격한 가격 하락을 겪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 체인얼라이시스(Chainalysis)와 TRM랩스(TRM Labs)에 따르면, 이번 해킹으로 인한 피해액은 64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2025년 2월 발생했던 바이비트(Bybit) 해킹 사건의 15억 달러를 네 배 이상 상회하는 규모다.
해킹 발생 직후인 금요일, 비트코인 가격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 발표 이후 수준에서 약 6% 하락한 76,400달러 선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3월 당시 바이낸스 거래소에서 발생했던 유사한 해킹 사건 때와 비교하면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다. 당시에는 단 몇 분 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10,740달러에서 9,690달러까지 폭락했으며, 결국 2018년 4월 5일에는 6,600달러까지 떨어졌다. 당시 시장은 이미 2017년 12월 최고점이었던 2만 달러 부근에서 약세장으로 진입하고 있었지만, 이번 해킹 사태가 직접적인 충격을 안겨주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전반적인 규모 성장과 제도권 편입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2018년 3월, 암호화폐 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은 4,000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약 2조 6천억 달러로 6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는 시장 안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블랙록(BlackRock)의 아이셰어 비트코인 트러스트(iShares Bitcoin Trust)와 같은 ETF는 일반 증권 계좌를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으며, 현재 약 130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비트코인 공급량의 약 6%에 해당한다.
이들 ETF의 주요 투자자인 국부 펀드(sovereign wealth funds)들은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아부다비 투자위원회(Abu Dhabi Investment Council)와 같은 기관 투자자들은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는 전략을 구사한다. 블랙록 펀드만 하더라도 수요일에만 1억 3,6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는 등 꾸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는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들은 자사 계좌에 비트코인을 직접 보관하며, 이는 바이낸스와 같은 중앙화 거래소의 보안 위험으로부터 투자자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번 해킹은 목요일 오후 4시 5분(미국 동부 시간)에 발생했으며, 이는 미국 시장 마감 이후의 시간이어서 당일 ETF 유입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금요일의 ETF 유입 수치는 이번 해킹 사태 이후 투자자들의 매도 압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해커는 현재 42만 ETH와 18,270 BTC, 약 24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동결하기 어려운 규모다. 여기에 다른 알트코인까지 포함하면 보유 자산은 3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해킹은 4,000만 달러 이상의 유동화된 레버리지 포지션을 청산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레버리지 포지션은 차입한 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가격이 불리하게 움직일 경우 거래소가 자동으로 포지션을 청산시킨다.
2018년의 해킹 사건은 피싱 및 계정 탈취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공격자들은 API 키를 생성하여 자동매매 봇을 이용해 희귀 코인인 바이아코인(Viacoin)의 가격을 부풀리고, 사전에 코인을 예치해 둔 31개의 계정을 통해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작했다. 당시에는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여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하지만 현재는 시장 참여자들의 경험 축적, 더 발전된 보안 시스템, 그리고 다양한 투자 상품의 등장으로 인해 개별 거래소의 해킹 사건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바이낸스 측은 손실액 충당을 위해 63억 4천만 달러 이상을 별도로 마련했으며, 이 중 약 30억 달러는 동결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출금은 약 45시간 내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신속한 대응과 자산 동결 및 복구 노력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