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3년 만에 금리 인상…유가 급등에 5%대 인플레 경고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 BoE)이 3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긴축 통화정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영국 경제의 향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BoE는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연 4.0%로 결정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로, 지난 2023년 8월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지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루어졌으며,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 중 가장 늦게 긴축 사이클에 합류한 사례로 기록되었다.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9명 중 8명이 0.25%p 금리 인상에 찬성했으며, 1명은 0.50%p 인상하여 4.2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는 금리 인상에 대한 위원회 내부의 신중론과 적극론이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BoE는 발표문에서 "중동 지역의 분쟁이 이제 9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국제 유가는 이미 높은 수준에서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최근 국제 유가 급등이 영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로 인해 2027년 중반까지 영국의 인플레이션율이 약 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후에는 국제 유가 상승이 12개월 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감소하고, 여전히 제한적인 통화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 발표를 앞두고,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이미 99% 이상의 확률로 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었다. 트레이더들 역시 12월에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확률을 4분의 1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이는 시장이 BoE의 이번 조치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달 초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9월 영국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자동차 연료비 급등에 힘입어 3.5%로 크게 뛰어올랐다. 이는 이미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 압력을 시사하며, 이번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다.
순수 에너지 수입국인 영국은 이란 전쟁과 같은 외부 에너지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은 원유 공급망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이는 곧바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영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금리 인상이 이러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BoE의 금리 인상은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이 영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미치는 파급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이다. 향후 유가 변동성과 BoE의 통화정책 결정이 영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투자자들은 중동 지역의 정치적 상황과 에너지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투자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