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63억 달러 해킹, '사이버 전쟁' 격화…북한 소행 지목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63억 달러(약 8조 7천억원) 규모의 해킹 사건은 암호화폐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며, 국가 지원 해킹 세력의 대담함과 기술 수준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TRM 랩스는 이번 공격의 배후로 북한 해킹 그룹 '트레이터 트레이더(TraitorTrader)'를 지목하며, "부인할 수 없는" 온체인 및 오프체인 증거를 제시했다. 이들은 지난 2월 발생한 15억 달러 규모의 바이비트(Bybit) 해킹 사건에도 동일한 그룹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낸스는 자체 조사 보고서에서 해커들이 채용 담당자로 위장하여 엔지니어의 업무용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고, 이를 통해 내부 AI 도구를 장악하여 지갑 서명 서비스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TRM 랩스의 아리 레드보드(Ari Redbord) 정책 및 정부 업무 총괄은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업계의 공동 대응이 전례 없었지만, "앞으로 이와 같은 사건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례 없는 업계의 공동 대응**
이번 해킹 사건에 대한 업계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대응은 레드보드 총괄의 주목을 받은 주요 요인이었다. 테더(Tether)는 메인 스윕(main sweep) 발생 불과 37분 만에 9억 7,110만 USDT(테더) 토큰을 동결했으며, TRM 랩스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총 26억 7천만 달러 상당의 토큰을 동결하는 데 성공했다. 레드보드는 "이전에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다. 초기 단계에서 40%를 회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커들이 자금을 외부로 빼내기 전에 이를 추적하는 것은 이러한 공격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TRM 랩스의 레드보드는 2025년 TRM이 출시한 정보 공유 시스템인 비콘 네트워크(Beacon Network)가 기업들이 자금을 동결하고 압류하기 위한 협력을 신속하게 조율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에는 하루에 몇 건의 비콘 알림을 보는데, 최근 며칠 동안 수백 건, 어쩌면 수천 건의 비콘 알림을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협력 강화 움직임은 블룸버그 통신이 11월 4일 보도한 바와 같이, TRM, 트론(Tron), 테더가 2024년 9월에 설립했던 T3 금융 범죄 대응팀(T3 Financial Crime Unit)이 느린 대응과 미흡한 협력으로 인해 8월 말 해체되었다는 소식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테더는 비콘을 통해 TRM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사회의 강력한 조치 요구**
레드보드는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러한 노력이 미래의 공격을 억제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의 10월 29일 해킹으로 탈취한 금액이 북한의 GDP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며, 2017년 이후 국가 지원 해커들이 탈취한 125억 달러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해커들이 10억 달러만 회수하더라도 잠재적 이익은 여전히 막대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북한은 효과가 있는 한 계속해서 이 일을 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것은 사이버 전쟁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이버 전쟁에서 공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외교적 제재나 형사 기소 이상의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 공격자들이 자금을 세탁하는 것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레드보드는 국제 사회가 북한의 암호화폐 활동에 대해 보다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와 지갑 제공업체가 고객 신원 확인(KYC) 및 자금 세탁 방지(AML) 절차를 강화하고, 의심스러운 거래를 적극적으로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정부가 북한의 암호화폐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는 사이버 작전을 통해 해킹 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생태계의 취약성 노출**
이번 바이낸스 해킹 사건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보안 취약성과 중앙화된 시스템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산을 관리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다층적인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외부 침입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분산화된 금융(DeFi) 프로토콜의 보안 강화와 스마트 계약 감사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지원 해킹 세력의 소행으로 지목된 만큼, 각국 정부는 암호화폐를 통한 불법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관련 규제 프레임워크를 재정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TRM 랩스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블록체인 분석과 정보 공유를 통해 암호화폐 생태계의 보안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보고서와 분석은 해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향후 유사 사건 재발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