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업계, 연준의 은행 접근 통제 권한 논란에 제동 걸다

미국 암호화폐 업계의 대표 단체인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가 연방준비제도(Fed)의 은행 접근 통제 권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켄터키 기반의 암호화폐 친화 은행 커스터디아 은행(Custodia Bank)의 소송에 대한 연방 대법원 검토를 지지하는 법률 의견서(amicus brief)를 제출하며, 암호화폐 산업의 합법적인 사업체들이 은행 시스템에서 배제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는 연방 규제 당국이 사실상 규제 대상 기업의 사업 영위를 막는 '기존 은행 시스템에서 내쫓는(debanking)'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사안은 커스터디아 은행이 연준으로부터 '마스터 계정(master account)' 발급을 거부당한 결정에 대한 적법성을 다투는 데서 비롯되었다. 마스터 계정은 은행이 중앙은행과 직접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요소로, 이를 통해 은행은 자금 결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와이오밍주에 설립된 커스터디아 은행은 디지털 자산 수탁, 결제 및 청산 인프라,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품 등을 기관 고객에게 제공하는 암호화폐 전문 은행으로, 수년 전부터 마스터 계정을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항소 법원은 은행의 자격 요건 충족만으로는 계정 발급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커스터디아 은행은 연방 항소 법원 전체의 재심리를 요청한 상태이다.
블록체인협회의 법률 의견서는 이번 연준의 결정이 미국 은행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이중 은행 시스템(dual banking system)'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이중 은행 시스템은 주 정부와 연방 정부 모두 은행에 대한 인허가 및 감독 권한을 가지는 체계를 의미한다. 만약 이번 항소 법원의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연방 규제 당국은 주 은행 당국의 결정을 무시하고 결제 시스템 접근을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해당 은행의 사업 활동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연방 규제 당국이 자신들의 재량적 판단에 근거하여 주 정부의 권한을 침해하고 합법적인 사업체를 은행 시스템에서 배제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국가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 및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추진되었던 '작전 초크포인트 2.0(Operation Choke Point 2.0)'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시 이 작전은 은행들이 특정 산업군과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블록체인협회는 법률 의견서에서 "잘 알려진 캠페인인 작전 초크포인트 2.0을 통해, 이전 행정부 하에서 연방 정부는 모호한 규제, 과도한 재량권 행사, 비공식적 지침, 공격적인 집행 조치 등을 활용하여 은행들이 디지털 자산 고객을 지원하고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것을 막도록 압박했다"고 지적하며, 현재 연준의 행위가 유사한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직 연방 대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가운데, 블록체인협회의 법률 의견서는 연준이 미국 결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번 판결이 향후 연방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산업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규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이는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금융 혁신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연준은 커스터디아 은행의 마스터 계정 신청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관련 규제 강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커스터디아 은행과 블록체인협회의 법적 투쟁 결과는 암호화폐 금융 생태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준과 같은 강력한 금융 규제 기관이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혁신 기업의 사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이는 곧 기술 기업들의 금융 시스템 접근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히 한 은행의 마스터 계정 발급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 자산 기업들이 기존 금융 시스템 내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 전반에 대한 중요한 논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법률 의견서 제출은 암호화폐 업계가 단순히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법률 및 규제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준의 은행 접근 통제 권한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확립된다면, 암호화폐 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규제 기관의 권한 남용 가능성과 혁신 산업 보호라는 상반된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정책 당국의 고심을 드러낸다. 연방 대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암호화폐 기업들의 금융 인프라 접근성은 물론, 미국 금융 시스템 내에서의 디지털 자산의 위상 또한 크게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