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비트코인, 1달러 사수한 XRP도 위태

가상자산 시장이 규제 불확실성과 투자 심리 위축으로 전반적인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간판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연초 이후 이어져 온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요 알트코인 역시 비트코인의 동반 하락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XRP는 1달러 지지선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규제 빗장 죄는 미국… 혁신 면죄부 규정 지연에 비트코인 ETF 자금 유출 지속**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미국의 암호화폐 관련 규제 환경 악화다. 최근 상원에서의 'Clarity Act'(가상자산 명확화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동안 많은 관심을 받아왔던 '혁신 면죄부' 규정 발표를 또다시 미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규정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토큰화된 증권을 현행 증권법 하에서 보다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백악관과 월스트리트의 법적 기반 및 시장 영향에 대한 우려가 이러한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SEC는 토큰 프로젝트들의 자금 조달 규칙을 마련하기 위한 병행 노력인 'Reg Crypto' 절차 역시 지연시키고 있다. 당초 예정되어 있던 공개 회의를 갑작스럽게 연기했으며, 새로운 일정을 제시하지 않아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지수 제공업체 중 하나인 MSCI는 비상장 기업을 자사 주식 지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한 협의를 개시했으며, 여기에는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Strategy와 Metaplanet이 포함되어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 기업들이 전통 금융 시장에서 점차 배제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기관 투자자 외면, 금리 인상 압력까지… 비트코인 ETF 자금 유출 가속화**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 역시 암호화폐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자금 유출이 다시 시작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 들어 미국 상장 ETF에서 총 3억 3,300만 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으며, 이는 지난주 8억 5,300만 달러의 순유입으로 잠시나마 회복세를 보였던 기관 수요 증가 기대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연초 이후 누적 기준으로 투자자들은 이미 이러한 ETF에서 40억 달러 이상을 인출했다.
더불어 글로벌 금융 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도 암호화폐 시장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 목요일, 2,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30년 만기 국채 경매에서는 최고 5.22%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일부 딜러들이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장기 금리 상승은 자본 조달 비용을 증가시키고, 비트코인과 같이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자산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을 높여 이미 불안정한 시장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단기적인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이며, XRP와 같은 주요 알트코인 역시 취약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XRP, 1달러 지지선 붕괴 가능성… 연말 랠리 기대감은 여전**
특히 결제 기능에 초점을 맞춘 암호화폐 XRP는 1달러 지지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붕괴될 경우 보유자들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많은 트레이더들이 2024년 말에 대한 기대를 품고 1달러 이하에서 XRP를 축적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가격대가 무너지면 급격한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은 XRP가 1달러 선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이 수 주간 유지해 온 박스권 흐름마저도 다음 거래 세션을 앞두고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연말에 강한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7월에는 총 암호화폐 시장이 S&P 500 및 나스닥 100 지수보다 각각 7.5%p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펀더멘털과 가격 움직임이 정렬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시장을 짓누르는 거시 경제적 요인들과 규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시장 환경의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들이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온체인 데이터상으로는 고래(대량 보유자)들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고 있으며, 시장 심리 역시 전반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도 비트코인은 단기 이동평균선 아래로 하락하며 약세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주요 지지선 테스트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