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상점, 암호화폐 결제 외면… ECB 조사 결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유로존 상점들의 암호화폐 결제 수용률이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과 2026년 전망 모두에서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은 실물 결제 지점에서 1% 미만의 수용률을 기록하며 사실상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는 유로존 내 다양한 결제 수단의 수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되었으며, 현금과 실물 카드 결제는 각각 92%, 88%로 소폭 상승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암호화폐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은행 수표 결제는 36%에서 27%로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기업들이 특정 결제 수단을 채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소비자 선호도로, 응답자의 26%가 이를 꼽았다. 뒤이어 보안(22%), 취급 용이성(15%)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암호화폐가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결제 수단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금 결제를 거부하는 기업들의 주된 이유는 낮은 고객 수요(36%), 입출금의 어려움(35%)이었으며, 보안 위험을 이유로 꼽은 경우도 29%에 달했다. 이는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현금의 편의성과 안정성에 대한 기존의 인식 또한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지역별로 암호화폐 결제 수용에 대한 전망은 크게 엇갈렸다. 키프로스의 중소기업 중 51%가 현금 수용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반면, 그리스는 23%, 불가리아는 18%에 그쳐 국가별 경제 환경 및 디지털 결제 수용 태도의 차이를 드러냈다.
ECB 조사에서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테더(USDT) 등을 예시로 들며 암호화폐 및 스테이블코인 결제 수용 여부를 기업들에게 문의했다. 일부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는 고객이 암호화폐로 결제하더라도 가맹점이 전통 통화로 정산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이러한 전환 결제가 가맹점에 의해 암호화폐 수용으로 집계되었는지 여부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코인텔레그래프가 ECB에 전환된 암호화폐 결제가 가맹점에 의해 누락될 가능성은 없는지, 그리고 규제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응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질의했으나, ECB는 이에 대해 "추측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유로존 상점들이 유럽연합(EU) 규정 하에 암호화폐를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ECB는 직접적인 결제 규제 권한이 없으며, 유럽위원회 및 각국 입법기관에 문의할 것을 안내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이 5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이러한 결과는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음을 보여준다. 가맹점들의 인식 변화,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이용률 증가, 그리고 명확하고 통일된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이 암호화폐의 결제 수단으로서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이 기술적으로는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상점에서의 채택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한다. 복잡한 환전 절차, 높은 수수료, 결제 속도 문제, 그리고 규제 불확실성 등이 상점들이 암호화폐 결제를 꺼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는 이러한 추가적인 복잡성과 위험 부담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암호화폐 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상점들에게 가격 변동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고객이 암호화폐로 결제한 상품의 가격이 결제 이후 급락할 경우, 상점은 손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일부 전환 결제 시스템도 있지만, 이 역시 추가적인 수수료나 절차의 복잡성을 야기하며, 모든 가맹점에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유럽연합은 암호화폐 시장 규제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금융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 잡힌 규제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새로운 결제 수단을 도입하는 데 있어 또 다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ECB의 이번 조사는 유로존 내에서 암호화폐 결제가 실질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임을 시사한다. 기술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 명확하고 안정적인 규제 환경 조성, 그리고 상점들의 실질적인 편의성 확보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