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폭락 '180억 달러' 청산 규모, 공개 데이터와 충돌

암호화폐 시장이 지난 2025년 10월 10일 극심한 폭락장을 경험하며 대규모 청산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솔라나 기반 연구기관인 솔라나 리서치 인스티튜트(SRI)는 이 사태로 약 180억 달러(약 24조원) 규모의 청산이 14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특히 단 1분 만에 32억 1천만 달러(약 4조 3천억원)가 청산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SRI는 이와 같은 대규모 청산의 원인을 투명성이 낮은 중앙화된 거래소의 실패에서 찾고, 온체인 금융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공개된 데이터는 SRI의 주장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암호화폐 시장의 청산 규모 산정에 있어 중대한 정보 격차가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특히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내부 가격 책정 방식이 강제 청산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바이낸스의 사후 분석 보고서에는 특정 사건에 대한 자동 디레버리징(ADL) 총액이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데이터 분석 업체인 앰버데이터(Amberdata)는 당시 6개 주요 거래소에서 발생한 총 청산 규모를 98억 9천만 달러(약 13조 3천억원)로 집계했습니다. 앰버데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SRI가 언급한 14시간 동안의 총 청산 규모는 98억 9천만 달러였으며, 그중 69억 3천만 달러(약 9조 3천억원)가 20시 50분부터 21시 30분까지 약 40분 동안 발생했습니다. 또한, 앰버데이터는 SRI가 주장한 1분간 최대 청산액 32억 1천만 달러와 동일한 수치를 제시하며, 해당 시간대 청산액의 93.5%가 강제 매도(forced selling)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RI가 발표한 180억 달러라는 수치는 앰버데이터의 98억 9천만 달러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 SRI가 제출한 7월 23일자 서한에는 두 수치를 일치시킬 수 있는 통일된 거래소 범위나 집계 방식이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확보된 기록들은 단순한 계산 오류보다는 측정 자체의 격차가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의 별도 검토에서도 해당 날짜의 자동 파생상품 청산 규모가 약 190억 달러에 달한다는 시장 추정치가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수치들은 각각 다른 범위를 나타냅니다. 하루 전체 시장 추정치, 14시간 동안의 6개 거래소 샘플, 1분간의 최고치, 특정 거래소에서의 손실 메커니즘 등은 각각 다른 질문에 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수치들을 하나의 총액으로 통합하는 것은, 규제 논의가 제대로 파헤쳐야 할 시장의 내부 작동 메커니즘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동 디레버리징(ADL)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메커니즘으로, 청산과 위험 완충 장치가 거래소의 지급 불능 상태를 막지 못할 때 수익 중인 거래자의 포지션을 축소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청산과 구별되며, 일반 청산은 담보 가치가 필수 임계값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 중인 포지션을 종료시키는 것입니다. 규제 당국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거래 중단, 오라클 지연, 또는 특정 거래소의 가격 책정 실패와 구분하기 위해 상호 비교 가능한 기록을 필요로 합니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와 아베(Aave)와 같은 탈중앙화 금융(DeFi) 플랫폼들은 ADL, 오라클 지연, 청산, 그리고 부실 채무를 측정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투명성 강화가 반드시 위험을 제거하는 것은 아님을 이번 사태는 보여줍니다. 규제 당국은 중앙화된 거래소와 탈중앙화된 프로토콜에서 발생하는 청산의 원인과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보다 표준화되고 투명한 데이터 제공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낸스와 같은 대형 중앙화 거래소는 가격 책정 오류나 내부 시스템 문제로 인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공개하고, 향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만이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