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 보잉 737 맥스 10 좌석 딜레마…막대한 투자금 어쩌나

수년 전 야심 차게 주문했던 보잉 737 맥스 10 항공기 좌석 수백 개가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 좌석들은 고급 좌석으로 개조될 예정이었으나, 항공기 자체의 인증 지연으로 인해 막대한 투자금이 묶인 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항공의 최고경영자(CEO) 스콧 커비는 2018년 8월 덴버에서 열린 항공 컨퍼런스에서 당시 보잉 737 맥스 10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일자형 프리미엄 좌석'과 함께 수익성이 높은 대륙 간 노선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야심 찬 계획은 2020년 상용 비행을 목표로 했으나,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표류하게 되었다.
문제의 핵심은 보잉 737 맥스 10 항공기의 인증 지연이다. 6년 전쯤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 항공기의 연방 승인은 현재까지도 요원한 상태다. 특히 가장 큰 모델인 737 맥스 10은 판매량이 가장 높은 737 맥스 제품군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기에, 이번 지연은 보잉뿐만 아니라 주요 고객사인 유나이티드항공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현재 보잉과 다수의 고객사들은 조만간 연방 승인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수백 개에 달하는 이미 제작된 고급 좌석들의 처리 방안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스콧 커비 CEO는 최근 뉴저지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에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일자형 좌석들을 엄청나게 보유하고 있다”며 “이 좌석들은 다른 항공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는 단순히 항공기 좌석의 문제를 넘어, 항공사의 중장기적인 투자 및 사업 계획 전반에 걸쳐 혼란을 야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아직 737 맥스 10에 대한 최종적인 좌석 배치 계획이나 운항 노선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초기 계획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섹션이 도입되기 전 수립되었던 것이기에, 현재의 시장 수요와 기술 발전을 반영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시에는 최첨단 고급 좌석을 장착한 대륙 간 노선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였지만, 현실은 수백 개의 좌석이 묶여 있는 답답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보잉 737 맥스 10의 인증 지연은 단순히 한 모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가장 작은 모델인 737 맥스 7의 인증 지연도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다. 이러한 지연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보잉이 재설계해야 했던 '결빙 방지 시스템' 문제가 지목된다. 더불어 보잉은 과거 수년간 겪었던 안전 및 제조 관련 위기로 인해 당국의 더욱 엄격한 조사와 감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737 맥스 시리즈의 인증 절차를 더욱 더디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행히도 보잉은 이달 초 737 맥스 7 모델에 대한 승인을 획득했다. 주요 고객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2027년 상반기 중에 이 항공기를 운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737 맥스 라인업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여전히 737 맥스 10의 인증은 남아있는 과제다.
한편, 유나이티드항공은 보잉기의 지속적인 지연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전략을 모색해왔다. 최근에는 에어버스 A321neo 항공기 일부에 새로 설계된 '폴라리스 스위트(Polaris Suites)'와 프리미엄 이코노미 옵션을 포함한 신형 좌석 20개를 장착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이는 업계 전반에서 고수익 좌석을 확대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수익성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러한 좌석이 장착된 항공기들을 '코스트라이너(Coastliner)'라고 명명하며 대륙 간 노선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에어버스 A321neo와 보잉 737 맥스 10은 항공기 기체 크기와 좌석 설치 요구사항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유나이티드항공이 확보한 고급 좌석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복잡한 의사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737 맥스 10에 탑재하려 했던 고급 좌석들을 다른 항공기에 그대로 옮겨 장착하기 어렵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따라서 유나이티드항공은 737 맥스 10 도입 시점과 기존 좌석 재활용 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에 착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현재 분기별 공시에 따르면 167대의 보잉 737 맥스 10 항공기를 주문한 상태다. 이 항공기들의 첫 인도는 2027년 여름으로 예상된다. 만약 737 맥스 10의 인증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수년 간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수백 개의 고급 좌석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여전히 주요한 과제로 남는다. 이 좌석들의 디자인이나 규격이 기존 항공기에 맞지 않거나, 혹은 맞더라도 추가적인 개조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좌석 교체를 넘어, 막대한 투자 비용의 회수 및 항공기 내부 설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필요로 하는 복잡한 경영상의 결정이 될 것이다.
항공 업계의 복잡한 공급망 문제와 각국의 항공 규제, 그리고 안전 문제로 인한 제조사의 지연은 유나이티드항공과 같은 대형 항공사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보잉 737 맥스 10 사태는 이러한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며, 항공사들이 신규 항공기 도입 및 기재 운용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더욱 신중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유나이티드항공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과거의 야심 찬 계획이 현재의 현실적인 문제로 직결되면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