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워너브라더스 인수 난항…美 법무부 '제동'에 '최후의 관문' 막혀

미국 미디어 업계의 거대한 인수합병(M&A) 시도가 연방 정부의 규제 당국 문턱에서 제동이 걸렸다.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Skydance)의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 최고경영자(CEO)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를 위해 추진해 온 거대한 거래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특히 연방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12개 주 법무장관들의 집단 소송은 엘리슨 CEO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으로 떠올랐다.
지난 1년여간 WBD 인수에 공을 들여온 엘리슨 CEO는 억만장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의 아들로, 미디어 및 기술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심을 보여왔다. 이번 WBD 인수는 그의 야망을 실현하는 핵심 열쇠로 여겨졌지만, 현재로서는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총 1100억 달러(약 15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인수 금액에 더해, 규제 당국의 개입으로 인한 거래 지연은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 발생이라는 부담까지 안겨주고 있다. 이는 미디어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격심한 경쟁과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는 현 상황에서 더욱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엘리슨 CEO는 거래 성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엘리슨 CEO 측근은 "회사는 이번 거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또한, 파라마운트의 수석 변호사인 제프리 케슬러(Jeffrey Kessler)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대법원까지 갈 준비가 되어 있다"며 법적 대응에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인 롭 본타(Rob Bonta)를 필두로 한 주 법무장관들의 움직임은 만만치 않다. 본타 장관은 WBD 인수가 반독점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거래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약화되었던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인수합병 사례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던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엘리슨 일가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 또한 이번 사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래리 엘리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랜 지지자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공개적으로 엘리슨 일가를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법적 공방 속에서, 엘리슨 CEO는 본타 장관과의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법정 밖에서의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톰 로저스(Tom Rogers)와 같은 미디어 전문가들은 "주 법무장관들이 합의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 유권자들의 WBD 인수 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주 법무장관들이 이를 무시하고 합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는 곧 WBD 인수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더욱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엘리슨 CEO의 WBD 인수 시도는 지난해 9월, 세 차례의 비공식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WBD는 전설적인 영화 스튜디오, 다수의 유료 방송 네트워크, 그리고 HBO Max 스트리밍 서비스를 포함하는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엘리슨 CEO의 이러한 적극적인 관심은 WBD가 추진하던 사업 분할 계획을 무력화시키고, 공식적인 매각 절차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초 WBD는 넷플릭스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으나, 엘리슨 CEO는 이에 굴하지 않고 주주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적대적 인수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결국 올해 2월, 넷플릭스가 거래에서 철수하면서 파라마운트는 WBD를 전적으로 인수하는 계약에 합의했다. 이 계약은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규제 당국의 승인을 획득하며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12개 주 법무장관들의 소송은 엘리슨 CEO가 마지막 관문을 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이번 WBD 인수 거래의 최종적인 위협은 바로 이들 주 법무장관들의 움직임이다. 특히 본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 강화에 소홀했던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이번 인수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다른 인수합병 사례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규제 당국의 엄격한 심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데이비드 엘리슨 CEO의 WBD 인수 추진은 현재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와 12개 주의 집단 소송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직면해 있다. 1100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이번 거래의 성사 여부는 앞으로 엘리슨 CEO와 규제 당국 간의 치열한 법적, 외교적 공방 결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 산업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던 이 초대형 M&A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