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 CEO: 슈퍼카의 미래는 '기계식 시계' 같은 내연기관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의 마테 리막(Mate Rimac) 최고경영자(CEO)가 자동차 시장의 미래, 특히 고성능 슈퍼카 시장의 방향성에 대해 파격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부유한 고객들이 첨단 전자기기나 전기차 대신 정밀한 기계 장치와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디테일에 매료되고 있다"며, 슈퍼카 시장이 '기계식 시계'와 같은 '구식' 감성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리막 CEO는 38세의 전기차 사업가로, 2021년 부가티를 인수한 이후 이 같은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리막 CEO에 따르면, 자동차 시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대중적인 일반 자동차 시장은 중국발 저가 전기차가 주도하는 흐름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시장의 최상단, 즉 초고가 슈퍼카 시장은 여전히 강력한 내연기관의 심장 박동과 감성적인 매력을 추구하는 부유층 고객들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마치 시계 시장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리막 CEO는 "일반 차량, 일반 대중에게는 대부분 전기차가 될 것"이라며, "스포츠카 이상의 상위 세그먼트는 시계처럼 내연기관이 매우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위스 시계가 전체 시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이익의 90%를 창출한다. 애플 워치나 다른 스마트 워치는 훨씬 많은 기능을 수행하지만, 아무도 이를 위해 20만 달러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며, 희소성과 장인정신이 담긴 제품의 가치를 역설했다.
리막 CEO가 이끄는 전기차 스타트업 리막 그룹은 2021년 포르쉐와 폭스바겐으로부터 부가티를 인수하며 많은 이들이 부가티의 첫 번째 전기차 출시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의외였다. 그는 현재까지 생산된 차량 중 가장 큰 자연흡기 내연기관 엔진 중 하나를 탑재한 완전히 새로운 하이브리드 차량 '투르비용(Tourbillon)'을 선보였다. 이 차량은 8.3리터 V16 엔진이 1,000마력을 발휘하며, 전기 모터와 결합하여 총 1,800마력의 성능을 자랑한다. 리막 CEO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내연기관을 만드는 사람이 된 것이 아이러니하다"면서, "크로아티아 시설에서는 세계 최강의 전기차와 세계 최대의 내연기관 엔진이 같은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인생은 때로 참 이상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부가티 투르비용은 단 250대만 한정 생산되며, 이미 초기 물량은 매진된 상태다. 시작 가격은 약 450만 달러(약 60억 원)에 달한다. 리막 CEO에 따르면, 평균적인 투르비용 구매 고객은 특별한 페인트 색상, 가죽, 스티치 등 개인 맞춤 옵션으로만 60만~70만 달러(약 8억~9억 5천만 원)를 추가로 지출한다. 이러한 개인화 및 맞춤 제작은 부가티,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같은 슈퍼카 브랜드의 가장 큰 수익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슈퍼카 업체들은 최상위 고객을 위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단 한 대의 스페셜 모델을 출시하기도 한다. 최근 몬터레이 카 위크에서는 부가티가 트랙 전용 모델 볼리드(Bolide)를 재해석한 '데스트리에(Destrier)'를 공개하기도 했다. 낮은 차체, 더 큰 휠, 조각적인 차체 디자인이 특징인 이 모델은 고객의 개성을 극대화한 결과물이다.
리막 CEO는 개인화 및 단품(one-off) 제작의 증가는 오늘날 부유층이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독특한 소유물을 갈망하는 욕구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객들은 정말로 자신만의 것을 원하고, 자신과 연결되는 것을 추구합니다. 그들의 이야기, 개성, 선호도를 담고 싶어 합니다. 저는 (내연기관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더욱 특별해질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전기차로 가는 길에 있지만, 이는 모든 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것을 더 극단적으로 만들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첨단 기술과 전통적인 장인 정신이 공존하며 각자의 영역을 더욱 공고히 할 미래 슈퍼카 시장의 복합적인 양상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