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루트,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 'EURR' 출시

핀테크 기업 리볼루트(Revolut)가 유럽연합(EU) 시장을 겨냥한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 'EURR'을 출시하며 디지털 금융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번 출시는 지난해 발표된 리볼루트의 스테이블코인 전략이 구체화된 첫 사례로, 덴마크, 폴란드, 포르투갈 등 세 개 EU 회원국 내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EURR은 1유로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리볼루트의 개인 금융 앱에 통합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유로와 암호화폐 간의 온체인 거래를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된다. EURR은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지원되며 외부 지갑과도 연동된다. 리볼루트는 규제 환경을 고려하여 올해 안에 EU 전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다른 통화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URR 토큰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Bridge Building S.A.에 의해 발행된다. 이 회사는 유럽증권시장감독청(CSSF)으로부터 암호자산 서비스 제공업체 및 전자화폐 기관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Bridge Building S.A.는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Stripe)가 2024년 10월 11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다음 해 2월 최종 인수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Bridge의 자회사다. Bridge는 EURR 발행을 위한 준비금을 보유 및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리볼루트는 키프로스 규제 당국의 라이선스를 취득한 자회사를 통해 EURR을 유통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리볼루트의 암호화폐 및 신사업 부문 총괄 에밀 우르만신(Emil Urmanshin)은 이번 EURR 출시에 대해 "8천만 명에 달하는 우리 고객들을 온체인 금융의 세계로 연결하고, 전통적인 은행이나 암호화폐 네이티브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실질적인 스테이블코인 활용 사례를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리볼루트가 기존 금융 서비스와 탈중앙화 금융(DeFi)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입장은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5월, 스테이블코인이 유로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데 '효율적인 방식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준비금 부족 시 급격한 상환 압력이 발생할 수 있으며, 예금이 은행에서 이탈할 경우 통화 정책 전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구조적인 약점을 지적하며 두 가지 중대한 위험 요소를 제기했다. 당시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 3,170억 달러 중 약 98%가 미국 달러에 연동되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이러한 시장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027년까지 '암호자산 시장 규제(MiCA)' 법안을 개정하여 해외 발행사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룩셈부르크에 위치하지만 미국 자본의 소유 하에 있는 EURR 발행사와 같은 사례에 대해 새로운 규제적 고려 사항을 제기할 수 있다.
리볼루트는 2025년 중반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공식화했으며, 올해 초 영국으로부터 은행업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또한, 영국 중앙은행(BOE)의 디지털 증권 및 파운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관련 프로젝트에도 참여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리볼루트 측은 EURR과는 '별도의 규제 경로'를 통해 추가적인 스테이블코인을 개발 중이라고 밝혀, 이번 Bridge와의 협력 관계가 유로 스테이블코인에 특화된 모델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EURR 출시는 리볼루트가 기존 결제 및 금융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리볼루트는 8천만 명의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하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동시에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