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분쟁, 억만장자도 피할 수 없다…'가족 사업 승계' 3대 원칙

최근 미국 프로농구(NBA) 팀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소유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부스(Buss) 가문의 분쟁은 막대한 부를 가진 가문일수록 상속 및 승계 과정에서 복잡한 법적, 감정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사건은 단순히 유명 스포츠 구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녀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려는 부유층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변호사들은 가족 사업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 세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1. '최후의 생존자' 조항의 함정, 엇갈리는 형제들의 이해관계**
부스 가문의 창립자인 제리 부스는 자신이 사망한 후에도 레이커스가 가문의 소유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언장을 설계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이러한 상속 관련 조항들이 오히려 자녀들 사이에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부스 가문의 여섯 자녀 중 다섯 명은 약 125억 달러(약 17조 3천억 원)로 평가되는 레이커스의 지분을 매각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는 현금화하여 각자의 상속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제니 부스(Jeanie Buss)는 이러한 매각에 반대하며, 그녀의 형제들이 레이커스 소유권을 포기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제니 부스는 레이커스의 운영을 총괄하는 총재(Governor)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ESPN 보도에 따르면, 제니 부스는 최근 캘리포니아 법원에 형제들의 지분 매각을 막고, 가족 신탁의 공동 관리인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부스 가문의 상속 계획이 오히려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를 해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분쟁의 핵심에는 '최후의 생존자(last man standing)' 조항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조항은 부스 가문의 자녀 중 한 명이 사망할 경우, 그 자녀의 지분이 본인의 자녀가 아닌 생존하는 형제자매에게 이전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제니 부스의 언니인 재니 부스(Janie Buss)가 2017년 ESPN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생존 시점에 지분을 매각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및 상속 전문 변호사인 스티븐 폭스(Steven Fox)는 부모가 사업체를 자녀에게 물려줄 때 주주 수를 제한하려는 의도는 흔히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최후의 생존자'와 같은 극단적인 조항은 드물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형제에게 암이 발병하여 젊은 나이에 사망할 것이 분명해졌다고 해서, 그 형제의 자녀들이 상속 지분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조항을 상속 계획에 거의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폭스를 포함한 CNBC에 의견을 밝힌 다른 변호사들은 부스 가문 신탁의 구체적인 조항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2. '세대 간 이전'의 증가, 가족 사업 승계 갈등은 늘어날 것**
레이커스처럼 독특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부스 가문의 곤경은 많은 대규모 가업 승계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과 유사하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분석이다. 특히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부의 이전' 현상, 즉 베이비붐 세대가 자녀들에게 막대한 부와 사업체를 물려주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세대 간 상속 갈등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펌 블랭크 롬(Blank Rome LLP)의 파트너인 션 와이스바트(Sean Weissbart)는 이러한 추세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복잡한 승계 갈등을 완화하고 가족 사업이 원활하게 다음 세대로 이전될 수 있도록, 상속 및 신탁 변호사들은 세 가지 실질적인 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이 원칙들은 부스 가문의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며, 자산을 물려주려는 부모와 그 자녀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3. 성공적인 가업 승계를 위한 3가지 핵심 원칙**
첫 번째 원칙은 **'생명 보험을 활용하여 가족 구성원을 보상하라'**는 것이다. 폭스 변호사는 '최후의 생존자' 조항의 근본적인 취지, 즉 과도한 주주 수를 방지하고 사업체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다음 세대에게 공정하게 보상하면서도 '부엌에 너무 많은 요리사'가 생기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폭스 변호사와 와이스바트 변호사는 모두 생명 보험을 활용하여 다음 세대의 상속 지분을 실질적으로 '매수'하는 방안을 권장한다. 일반적으로 신탁은 사업체의 창립자(patrarch 또는 matriarch)의 자녀들에 대한 생명 보험을 가입한다. 만약 신탁의 수혜자인 자녀가 사망하면, 그가 가진 지분은 생존하는 형제자매에게 돌아가는 동시에, 사망한 자녀의 자녀들(즉, 창립자의 손자녀)은 생명 보험금이라는 현금으로 보상을 받게 된다. 이 방식은 사업체의 주주 수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사망한 자녀의 상속인들이 재정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잠재적인 갈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망 보험금이 손자녀들을 충분히 보상할 만큼의 액수여야 한다는 점이다. 보험금 액수가 부족할 경우, 손자녀들은 잠재적인 상속분만큼의 가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느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보험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업체의 평가 가치, 예상 상속 지분, 그리고 미래 인플레이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절한 보험 가입 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 기여한다.
두 번째 원칙은 **'미래를 위한 유연한 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부스 가문의 사례에서 보듯, 상속 계획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 구성원의 갑작스러운 사망, 경제 상황의 변화, 사업체의 가치 변동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상속 계획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수정할 수 있는 '살아있는 문서'로서 기능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최소 5~10년 주기로 상속 계획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가족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업데이트하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가족 사업의 경우 사업체의 경영권 승계와 지분 승계를 분리하여 계획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영 능력과 열정을 갖춘 특정 자녀에게는 경영권을 집중시키고, 다른 자녀들에게는 공정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경영 능력이나 관심사가 각기 다른 형제자매 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사업체의 효율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스 가문의 경우, 레이커스 운영에 대한 제니 부스의 전문성과 열정을 인정하고, 다른 형제자매들은 공정한 재정적 보상을 받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루어졌다면 현재와 같은 극한의 대립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 원칙은 **'정기적인 소통과 투명한 정보 공유'**이다. 부스 가문 분쟁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가족 구성원 간의 소통 부족과 정보의 비대칭성일 가능성이 높다. 상속 계획은 단순히 법률 문서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창립자는 자신의 상속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자녀들이 제기하는 질문이나 우려 사항에 대해 성실히 답변해야 한다. 또한, 자녀들은 부모의 상속 계획 의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변호사들은 가족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상속 계획, 사업 비전, 재정 상태 등에 대해 투명하게 논의하는 문화를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의 기대를 조율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레이커스 사례처럼, 승계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에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협력하려는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족 사업의 승계는 단순히 자산을 넘겨주는 것을 넘어, 가문의 가치와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