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논란 'AI 번호판 카메라' CEO, '타협' 주장

미국 전역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에 휩싸인 인공지능(AI) 기반 번호판 카메라 제조업체 플록 세이프티(Flock Safety)의 최고경영자(CEO)가 "안전과 사생활 사이의 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가렛 랭글리 플록 CEO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사회가 타협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사생활과 안전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주장은 "잘못된 것을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발언은 경찰의 카메라 오용 실태를 감사하지 않았다는 워싱턴포스트의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나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플록의 AI 번호판 카메라는 전국적으로 기물 파손 피해를 겪고 있으며, 여야를 막론한 미국 의회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심지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AI 대량 감시"를 중단하기 위한 입법을 예고했으며, 공화당 팀 버쳇 하원의원 등은 연방 정부의 플록 카메라 구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조쉬 홀리 미주리주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별도의 상원 조사를 시작하며 플록을 압박하고 있다.
랭글리 CEO는 카메라의 전면적인 금지 요구를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것"에 비유하며, 오히려 음주운전 단속, 안전벨트 착용, 에어백과 같은 규제 모델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두 가지 개선점을 제시했다. 첫째는 데이터 보존 기간인데, 플록은 최근 미국 내 가장 엄격한 주(州) 규제인 21일보다 짧은 7일로 자체 권고안을 줄인 바 있다. 둘째는 시스템을 오용하는 경찰관에 대한 책임 추궁이다. 랭글리 CEO는 "나쁜 경찰을 먼저 없애고 싶어 하는 사람은 좋은 경찰이며, 99.9%의 경찰은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8월 26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STOP FLOCK. STOP AI MASS SURVEILLANCE. 전체주의는 정부나 압도적인 힘을 가진 다른 주체가 당신의 모든 행동, 말, 심지어 생각까지 알고 통제하고 영향을 미치려 할 때 발생한다. 우리가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나는 우리가 그리로 향할까 봐 매우 두렵다..."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의 트윗은 플록 카메라와 AI 감시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 여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워싱턴포스트의 8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플록 카메라 또는 유사한 번호판 인식 시스템을 오용한 혐의로 기소, 유죄 판결을 받은 경찰관이 최소 6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최소 15건의 경우, 최초로 오용 사실을 발견한 것은 외부인이었다. 피해자, 활동가, 언론인 등이 오용 사례를 밝혀내는 데 기여했다. 또한, 언론인들은 공개된 검색 기록을 분석하여 세 명의 경찰관을 추가로 식별했다.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경찰관은 10개월 동안 자신의 아내와 지인들의 차량에 대한 검색 기록을 3,759건이나 실행한 것으로 밝혀져, 하루 평균 약 12건에 달하는 횟수를 기록했다. 해당 경찰서들은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검색 기록을 감사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문제가 된 경찰관 세 명 중 일부는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록은 이러한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워싱턴포스트 보도 6일 전인 8월 13일, 모든 법 집행 기관 고객에게 연말까지 비정상적인 검색 패턴을 감지하는 도구인 '감사 지원(Audit Assistance)' 기능을 의무적으로 활성화하도록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능은 지난 4월부터 옵션으로 제공되었으며, 플록은 약 3분의 1의 고객만이 이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랭글리 CEO는 "우리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감사 지원 기능의 의무화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이미 커져버린 불신과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사건은 첨단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편리함과 사회적 이익 추구라는 명분 뒤에 숨겨질 수 있는 개인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사회는 과연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어디까지 사생활을 양보할 수 있으며, 기술 기업과 정부는 어떻게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신뢰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에 직면해 있다. 플록 카메라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사생활권의 경계와 미래 사회의 감시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