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은행 Sber, USDT 담보 대출 검토…디지털 루블 회의론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Sber)가 비트코인에 이어 테더(USDT)와 이더리움(ETH)을 암호화폐 담보 대출 상품의 담보 자산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새로운 암호화폐 규제법 시행에 따른 조치로, 스베르방크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는 대로 해당 자산들을 상품에 통합할 계획이다.
아나톨리 포포프 스베르방크 부회장은 현지 언론 타스(TASS)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해당 암호화폐의 공개 거래를 승인하면 USDT와 이더리움을 담보로 인정할 것"이라며, "기존 상품을 조정하고 점진적으로 상품 제공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8월 4일 서명한 암호화폐 규제법이 오는 9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나온 것이다.
새로운 법은 러시아 중앙은행에 규제된 거래소에서 거래될 수 있는 암호화폐 자산을 결정할 권한을 부여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8월 11일, 비트코인, 이더리움, USDT를 규제된 거래소 거래 대상으로 제안하며 이들 자산이 시가총액, 거래량, 해외 시장에서의 5년 이상 가격 이력 등의 요구 사항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가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스베르방크의 이러한 암호화폐 수용 확대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러시아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인 디지털 루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스베르방크의 타라스 스크보르초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디지털 루블의 광범위한 수요에 대해 "중앙은행 외에는 명확한 관심이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반 개인 고객, 기업 고객, 금융 기관 등 그 누구도 디지털 루블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CBDC가 당초 기대했던 만큼 대중적인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민간 주도형 암호화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구스틴 카스텐스 사무총장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 결제 수단으로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어, 국가 주도의 디지털 화폐와 민간 암호화폐 간의 역할 분담 및 경쟁 구도가 주목받고 있다. 스베르방크의 행보는 규제된 환경 하에서 암호화폐의 잠재력을 활용하려는 러시아 금융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디지털 자산 시장의 다양성과 발전 가능성을 시사한다. 향후 스베르방크가 USDT 및 이더리움을 담보로 하는 대출 상품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디지털 루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어떻게 변화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