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와 회담 앞두고 외교 무대 복귀…중국의 역할 변화 예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오는 9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집트와 인도를 연이어 방문하며 외교적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시 주석의 잦은 해외 순방은 최근 몇 년간 그의 해외 활동이 크게 줄었던 점을 감안할 때, 현재 그의 최우선 과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올해 상반기 북한 방문을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 해외로 나섰으며, 이마저도 7년 만의 방북이었다. 반면,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올 상반기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20명 이상의 세계 지도자들이 베이징을 방문하며 중국이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최근 고조되는 이란과의 갈등, 미중 무역 전쟁,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안보 위험 증가 등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이 변화하는 글로벌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정치학 부장인 자오하이(Hai Zhao) 박사는 "이제 중국이 더 큰 책임을 지고 더 많은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며, "글로벌 경제와의 깊은 통합으로 인해 중국은 공급망 안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흐름, 사이버 보안 등 문제 해결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넘어선 국제 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역할 수행을 중국이 자임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시 주석은 최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를 방문하여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는 러시아, 인도 등 비서구권 국가 정상들이 모여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연례 행사이다. 이와 더불어 시 주석은 10년 만에 이집트를 공식 방문하여, 중국이 수에즈 운하 지역에 구축한 양자 간 경제 및 무역 협력 구역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강화했다. 이어 시 주석은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0년 양국 간 치명적인 국경 충돌 이후 시 주석의 첫 인도 방문이 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중국 측의 공식적인 참가 확인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외교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인도와의 관계 개선 및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모색하는 가운데, SCO와 브릭스 정상회의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SCO 정상회의 당시, 시 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웃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바이럴되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와 러시아를 가장 어두운 중국에 빼앗겼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에 대한 관세를 50%에서 18%로 인하했으며, 양국은 현재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역사적인 방중을 단행했고, 시 주석은 미국 방문을 통해 미중 관계 정상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외교 행보는 시 주석이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며, 비서구권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복합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외교적 행보가 앞으로 세계 정세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