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러시아 제재 회피 암호화폐 자금 추적 강화…최대 벌금 2배 상향

영국 정부가 러시아의 제재 회피 자금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위반 시 부과되는 벌금을 최대 두 배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특정 개인 및 단체에 대한 제재를 넘어, 제재 대상 국가가 불법적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데 이용하는 결제 경로까지 추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지난 8월 31일, 영국 국립범죄수사국(NCA)은 A7 네트워크에 대한 첫 전국 단위 산업 경보를 발령했다. 이 경보를 통해 금융기관,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 암호화폐 기업들에게 러시아 관련 거래와 연계된 거래 상대방, 중간 지갑, 그리고 국경 간 결제 인프라를 면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NCA 경제범죄센터(NECC)의 레이첼 허버트 국장은 "NCA와 NECC는 조직범죄와 제재 회피의 연결고리를 겨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작년 우리의 '오퍼레이션 데스타빌라이즈'는 주요 러시아어 사용 전문 자금세탁 네트워크를 표적으로 삼아 와해시켰고, 이는 그들의 운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위협을 약화시켰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제재 대상 목록에 있는 개체들을 넘어, 불법 자금이 실제로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영국 정부가 제재 위반 시 부과할 수 있는 최대 민사 벌금을 두 배로 늘리려는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현재 100만 파운드(약 19억 원) 또는 위반 금액의 50% 중 더 높은 금액으로 제한되는 벌금이, 향후 200만 파운드(약 38억 원) 또는 위반 금액의 100% 중 더 높은 금액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이는 암호화폐 기업들에게 제재 규정을 준수하는 데 대한 상당한 재정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액 산정이 가능한 위반 사례에 대한 벌금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자금 이동의 규모가 클수록 잠재적인 벌금 액수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A7 네트워크는 영국 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제3국 금융기관, SWIFT 및 기타 국제 결제 인프라를 이용하여 러시아 고객들이 제재를 우회하여 자금을 이동시키는 데 도움을 주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7 네트워크 자체는 첫 해에 860억 달러(약 110조 원) 이상의 거래량을 처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수치는 자체 보고된 것이며 불법 자금 흐름의 검증된 수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수치는 A7 네트워크가 러시아의 제재 회피 시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이번 경보는 규정 준수 팀들이 전통적인 이름 확인 절차를 넘어서도록 요구하고 있다. 당국은 중간 지갑, 거래 해시, 탈중앙화 거래소(DEX), 믹서, 장외(OTC) 및 개인 간(P2P) 거래 경로, 고객알기제도(KYC) 통제가 없는 서비스, 체인 호핑(다른 블록체인으로 자산을 옮기는 행위), VPN 사용, 반복적인 인프라 변경 등을 추가적인 조사를 촉발할 수 있는 신호로 지목했다. 이는 제재 압박 속에서 진화하는 암호화폐 제재 회피 인프라의 복잡성을 반영한다.
과거 영국 당국은 러시아의 Garantex 거래소가 제재 조치를 받은 후, A7A5라는 루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Garantex에서 키르기스스탄에 등록된 Grinex로 암호화폐 유동성이 이동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2025년 5월까지 Grinex는 USDT 거래량에서 각각 12억 달러(약 1조 5천억 원) 이상의 입출금을 기록했다. 이는 제재 대상 거래소가 운영을 중단하더라도, 제3국을 통해 우회하여 자금을 이동시키는 사례가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재무부 또한 별도로 Garantex 직원들이 Grinex 인프라 구축을 도왔으며, 사용자들이 A7A5를 통해 계정에 접근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가치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보는 영국 기업들이 직면할 수 있는 복잡성과 위험을 강조한다. 제재 회피는 단순히 직접적인 거래에 국한되지 않고, 복잡한 네트워크와 기술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더욱 정교한 감시 및 분석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번 영국의 조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제재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기업들이 보다 철저한 실사를 수행하고 잠재적인 제재 회피 경로를 파악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영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영국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암호화폐 기업들은 이번 조치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규정 준수 시스템을 점검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경 간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국제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향후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국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