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61%…억만장자들, 막대한 광고비로 맞불

인공지능(AI) 분야의 억만장자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지역 사회의 거센 반발에 대응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AI 기술 발전의 최전선에 서 있는 주요 인사들이 후원하는 단체가 캔자스,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3개 경합주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옹호하는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주도하는 '빌드 아메리칸 AI(Build American AI)'는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라는 초당파적 정치 행동위원회(Super PAC)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위원회의 후원자 명단에는 마크 안드레센, 벤 호로위츠 등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투자자들과 오픈AI의 샘 알트먼 사장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AI 산업의 핵심 인사들이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가장 시끄럽고 극단적인 목소리'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여론에 대한 적극적인 반박에 나섰다.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급증하고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애넌버그 공공 정책 센터(Annenberg Public Policy Center)가 6월 16일부터 7월 19일까지 미국 성인 1,3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자신의 지역에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2월과 3월 조사에서 49%였던 반대율이 불과 4개월 만에 12%p 급증한 수치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의 69%, 공화당 지지자의 54%, 무소속 유권자의 53%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여, 데이터센터 문제는 특정 정당을 넘어 광범위한 계층의 우려를 사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사 결과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를 통해 공유되었으며,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반대가 급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정부가 AI 규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AI 기술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나 태도는 같은 기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I를 많이 사용하는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반대율은 60%에 달했으며,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반대율은 64%였다. 애넌버그 공공 정책 센터의 매튜 레벤두스키 박사는 “AI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조차 이러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우려에 대해 걱정하는 것 같다”고 언급하며, AI 발전의 잠재력과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한 실제적인 문제점 사이의 괴리를 지적했다.
이러한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여론은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회(National Republican Senatorial Committee)는 AI 기업들에게 이 문제가 유권자들에게 '독이 되는' 이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오하이오주에서는 민주당 상원 후보인 셰로드 브라운이 이 문제를 자신의 선거 운동의 핵심 의제로 삼아 공화당 현역 의원인 존 허스티드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사회를 향해 ‘뒤떨어지고 가난해지기를 원하는 것’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고, “데이터를 통치하게 하자(let Data Reign)”고 촉구하며 중국이 이러한 반발을 환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여러 지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뉴욕주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대한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선포했으며, 텍사스주는 승인 절차를 보류했다. 오스틴에서 저지시티에 이르기까지 여러 도시에서도 데이터센터 건설 금지 조치를 내렸다. 데이터센터 감시 기관인 '데이터센터 워치(Data Center Watch)'에 따르면, 2026년 1분기에만 약 1,300억 달러 규모의 75개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지연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금융 시장에서도 신용 위험 요소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비트코인 채굴 산업이 겪었던 상황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에도 데이터센터 건설과 유사하게 대규모 에너지 소비와 소음 문제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텍사스주 그랜베리에서는 9명의 주민이 비트코인 채굴 업체 MARA Holdings를 소음 피해로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는 업계에 대한 법적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일부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AI 인프라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 또한 이러한 기존의 갈등 패턴을 되풀이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수년에 걸쳐 취득하는 상호 연결 권리를 보유하고 있어,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지역 사회와의 마찰은 여전히 주요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인프라, 즉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우려와 환경 문제, 막대한 전력 소비 등은 데이터센터 건설 및 확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AI 억만장자들의 대규모 광고 캠페인은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갈등을 완화하고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를 위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앞으로 AI 발전 속도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