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위협, USDC 보안에 빨간불…암호화폐 생태계 전반 경고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 USDC(USD Coin) 발행사 서클(Circle)이 양자컴퓨팅 위협에 대한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며 관련 업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서클은 USDC가 현재 37개의 메인넷 네트워크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각 네트워크마다 고유한 업그레이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양자컴퓨팅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생태계 전반의 협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813개의 논리 큐비트(logical qubit)를 사용하는 양자 회로 기록이 발견되었다는 점은 당장의 '양자컴퓨팅의 날(Q-day)' 카운트다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에 필요한 자원이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팅 기술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과 같은 양자 알고리즘은 현재 암호화폐 거래의 보안을 책임지는 공개키 암호화 방식(Public-key cryptography)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곧,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 서명을 해독하고 위변조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습니다.
서클은 자체적인 개인 키(private key)와 보안 시스템(Arc)을 강화할 수 있지만, USDC가 의존하는 수많은 지갑, 커스터디(custodian), 브릿지(bridge), 그리고 기반 블록체인 네트워크(host chain)들이 모두 양자내성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PQC)로 전환해야만 USDC의 전체적인 보안이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USDC는 이더리움, 솔라나, XRP 레저 등 37개의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행 및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클이 자체 인프라를 통제하고 지원되는 네트워크에서 토큰 계약 권한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고객의 개인 키를 직접 교체하거나, 커스터디 업체의 서명 시스템을 재작성하거나, 혹은 특정 블록체인의 서명 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는 곧, USDC의 보안이 취약한 하나의 지갑, 브릿지, 혹은 기본 레이어 경로가 남아있는 한, 전체 생태계의 보안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8월 31일, 서클은 개발자들에게 자체 암호화 기술을 재고하고, 사용하는 외부 솔루션의 종속성을 파악하며, 개인 키 교체(key rotation)를 준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9월 2일 기준, 약 736억 달러(한화 약 97조 원) 규모에 달하는 USDC의 시장 가치를 고려할 때, 이러한 협력 및 전환 과정에서의 재정적 부담과 복잡성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클은 자사가 통제하는 시스템의 보안을 강화하더라도,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지갑이나 브릿지, 또는 기반 체인이 양자컴퓨팅 공격에 취약한 상태로 남아있다면, USDC의 전체적인 보안망은 뚫릴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813 큐비트 기록, '양자컴퓨팅의 날'에 대한 오해**
서클이 언급한 813개의 논리 큐비트 기록은 ECDSA(타원곡선 디지털 서명 알고리즘)에 대한 2026년 8월 저대역폭(low-width) 기록으로, ECDSA.fail이라는 웹사이트에 공개된 정보입니다. 이는 양자 회로 설계가 점점 더 적은 자원으로 효율적인 공격이 가능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단순히 양자컴퓨팅 공격에 필요한 '최소 큐비트 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며, 잘못 해석될 소지가 있습니다.
이 수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서 사용하는 타원곡선인 secp256k1에 최적화된 가역적 점-덧셈 회로(reversible point-addition circuit)를 기준으로 합니다. 제출된 설계는 최고 논리 큐비트 폭과 평균 토폴리 게이트(Toffoli gate) 수를 곱하여 점수를 매기는데, 설계를 효율화하는 방식에 따라 큐비트 수를 줄이면 토폴리 게이트 수가 늘어나고, 반대로 토폴리 게이트 수를 줄이면 큐비트 수가 늘어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813이라는 수치만으로는 완전한 쇼어 알고리즘 공격, 공격에 필요한 회로 깊이(circuit depth), 오류 수정 오버헤드(error-correction overhead), 혹은 실제 물리적 하드웨어에서 작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분석은 2024년 3월 발표된 연구 논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256비트 타원곡선 이산 로그 공격(elliptic-curve discrete logarithm attack)을 수행하기 위해 약 1,200개의 논리 큐비트와 9,000만 개의 토폴리 게이트, 혹은 1,450개의 논리 큐비트와 7,000만 개의 토폴리 게이트가 필요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 연구는 수 분 내에 공격이 완료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으며, 초당 수 기가헤르츠(GHz) 이상의 빠른 클록 속도를 가진 초전도 아키텍처, 10^-3 수준의 물리적 오류율, 평면 연결성, 그리고 50만 개 미만의 물리적 큐비트를 전제로 했습니다. 이러한 추정치는 단순히 큐비트 수만을 제시하는 것보다 더 현실적인 자원 모델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그러한 성능을 갖춘 양자컴퓨팅 장치가 언제 상용화될지에 대한 명확한 일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클의 하드웨어 성능 비교에도 약간의 수정이 필요합니다. 서클은 구글이 '윌로우(Willow)'라는 양자 컴퓨터로 105개의 논리 큐비트를 달성했다고 언급했지만, 구글은 윌로우를 105개의 '물리적 큐비트(physical qubit)'를 갖춘 프로세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관련 학술 논문에서도 105개의 물리적 큐비트가 사용되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물리적 큐비트는 오류율이 높고 불안정하여 실제 계산에 사용되기 전에 오류 수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논리 큐비트는 이러한 오류 수정이 완료된, 즉 사용 가능한 큐비트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물리적 큐비트 수와 논리 큐비트 수를 혼동하여 제시하는 것은 양자컴퓨팅 기술의 현황을 과대평가하거나 오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USDC, '양자 내성' 전환 위한 거대한 협력 과제**
결론적으로, 양자컴퓨팅 기술의 발전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빠를 수 있으며, 암호화폐 시장은 이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USDC와 같은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그 안정성이 수많은 기술적 레이어와 참여자들의 보안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단일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서클은 물론, 각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 주체, 지갑 서비스 제공업체, 커스터디 솔루션 기업, 그리고 최종 사용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계자들이 양자 내성 암호로의 전환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업데이트를 넘어, 표준화된 프로토콜 개발, 광범위한 테스트, 그리고 사용자 교육까지 포괄하는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미 변동성이 크고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많은 환경입니다. 여기에 양자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위협이 더해진다면, 시장의 불안정성은 더욱 증폭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기업과 규제 당국은 물론, 투자자들 역시 양자컴퓨팅의 잠재적 영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전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