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L2 '실리콘 네트워크' 종료 임박…130억 원 잠긴다

이더리움의 레이어 2 확장 솔루션인 실리콘 네트워크(Silicon Network)가 연말 폐쇄를 앞두고 약 975만 달러(한화 약 130억 원)의 자산이 온체인에 묶여 있어 투자자들의 긴박한 자산 인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실리콘 네트워크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사용자들이 보유 자산을 인출하지 못할 경우, 네트워크와 함께 해당 자산들마저 영구적으로 복구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 해결을 위해 등장한 다수의 레이어 2 솔루션 중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네트워크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실리콘 네트워크는 지난 9월 2일부터 신규 예치(bridge deposits)를 중단하고 네트워크 종료 절차에 돌입했으며, 사용자들에게는 12월 31일이라는 명확한 마감 시한을 제시했다. 이 기한이 지나면 네트워크와 관련 탐색기(explorer)가 모두 사라지면서, 온체인 상에 남아 있는 모든 자산은 영원히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실리콘 네트워크 측은 “본 네트워크는 비수탁(non-custodial) 서비스로서, 자산의 보관 및 인출은 각 사용자가 직접 관리한다”고 강조하며, “서비스 종료 후 인출되지 않은 자산은 복구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실리콘 네트워크의 종료는 단순한 기술적 폐쇄를 넘어, 수많은 사용자의 소중한 자산이 위협받는 실질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온체인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실리콘 네트워크에는 약 975만 달러 상당의 다양한 암호화폐 자산이 예치되어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구체적으로는 ▲USDC 266만 달러 ▲WBTC 254만 달러 ▲ETH 208만 달러 ▲USDT 185만 달러가 주요 자산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자산이 연말이라는 시한을 앞두고 발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사용자들이 보유한 토큰의 종류에 따라 자산 인출의 용이성이 달라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리콘 네트워크 측은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브릿징(bridging)된 자산의 경우, 인출 기간 동안 메인넷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부 지갑 사용자들은 직접 인출을 개시하고, 네트워크 수수료(gas fee)로 충분한 이더리움을 확보한 후, 마감 시한 전에 최종 확인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이는 번거롭고 복잡한 절차로, 기술적 이해도가 낮은 사용자들에게는 또 다른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반면, 실리콘 네트워크 상에서 직접 발행된(directly issued) 토큰들의 경우, 인출 경로가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하다. 이 토큰들은 이더리움 메인넷으로 직접 브릿징될 수 없으며, 오로지 네트워크 내부에 남아있는 유동성에 의존해야 한다. 실리콘 네트워크는 네트워크 활동이 줄어들수록 내부 유동성이 고갈되어 스왑(swap)이나 인출 자체가 어렵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사용자가 자신의 자산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실리콘 네트워크는 스스로를 비수탁 서비스라고 정의하며, 사용자가 이동하지 못한 자산에 대해 상환할 의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는 “이러한 토큰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재량과 책임에 달린 결정”이며, “네트워크가 완전히 종료된 후에는 어떠한 복구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은 실리콘 네트워크가 잠재적인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는 동시에, 자산 손실의 책임이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실리콘 네트워크의 이러한 결정은 현재 이더리움 확장성 시장의 경쟁 구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코인베이스(Coinbase)가 지원하는 베이스(Base)와 아비트럼(Arbitrum)과 같은 대형 레이어 2 솔루션들은 현재 총 247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산을 관리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 네트워크들은 더 많은 개발자, 사용자, 그리고 자본을 끌어들이며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레이어 2 네트워크들은 이러한 거대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된 기술, 특화된 서비스, 혹은 강력한 파트너십이 필수적이지만, 실리콘 네트워크의 사례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사용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리콘 네트워크는 본래 한국의 중앙화 거래소(CEX) 이용자들을 이더리움의 온체인 경제와 연결하려는 목적으로 구축되었다. 폴리곤 CDK(Polygon CDK)를 기반으로 개발되었으며, 애글레이어(Agglayer)에 연결되고 한국의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빗(Korbit)과 긴밀하게 통합되었다. 특히, 코빗의 웹3 월렛(Web3 Wallet)은 실리콘 네트워크 위에서 구동되며, 거래소 고객들에게 디파이(DeFi) 및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고자 했다. 하지만 출시 약 2년 만에 이러한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은 실리콘 네트워크의 비즈니스 모델이 예상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거나, 시장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음을 의미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이더리움 생태계 내에서 레이어 2 솔루션의 성장과 생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더리움의 가스비 절감 및 거래 속도 향상을 위해 개발된 레이어 2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우수성뿐만 아니라 강력한 커뮤니티 구축, 풍부한 유동성 확보, 그리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수적이다. 실리콘 네트워크와 같은 소규모 네트워크의 실패 사례는,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레이어 2 솔루션 투자 시, 해당 네트워크의 규모, 보안성, 개발 로드맵, 그리고 커뮤니티 활성도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자신이 투자하거나 사용하는 레이어 2 네트워크의 자산 인출 정책 및 절차를 명확히 인지하고,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연말이라는 시한이 임박한 만큼, 실리콘 네트워크 사용자들의 신속하고 안전한 자산 회수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