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암호화폐 거래 추적 강화…내년 2월부터 개인 지갑 송금도 적용

태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오는 2027년 2월 27일부터 모든 암호화폐 플랫폼에 '트래블 룰(Travel Rule)'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개인 지갑 간 송금을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를 수집 및 전송하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로, 암호화폐 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태국 SEC의 감독을 받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은 고객의 암호화폐 송금 시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를 반드시 수집하고 이를 상대방 플랫폼에 전달해야 한다. 이는 블록체인 상의 익명성을 상당 부분 제한하는 조치로,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조달 등 불법적인 암호화폐 거래를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이번 규제는 30,000바트(약 110만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송금하는 경우, 수취인의 상세 정보(주소, 국가 등)를 추가로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수취인이 법인일 경우, 법인 등록 번호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는 소액 송금과 대액 송금을 구분하여 정보 요구 수준을 달리하는 것으로, 규제 준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규제 대상 플랫폼은 이러한 거래 기록을 최소 5년간 보관해야 한다.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나 감사 요청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플랫폼 운영에 대한 책임감을 한층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개인 지갑(Self-hosted wallet)으로의 송금에 대한 규제 강화다. 기존에는 거래소 지갑에서 다른 거래소 지갑으로의 송금에만 정보 수집 의무가 있었다면, 이제는 개인 지갑으로 송금될 때도 관련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만약 30,000바트 이상의 금액이 개인 지갑으로 송금될 경우, 해당 개인 지갑의 소유권을 확인하는 절차까지 요구될 수 있다. 이는 정보 누락 시 거래 지연을 야기할 수 있으며, 개인의 자산 이동의 자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태국 SEC는 이번 규제 시행까지 약 180일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이는 암호화폐 플랫폼 운영자들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에게 관련 정보를 요청하며, 거래 데이터를 교환하는 등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로 해석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는 일부 개인 투자자나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트래블 룰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와 맥을 같이 한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이미 회원국들에게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트래블 룰 적용을 권고해왔으며, 많은 국가들이 이를 도입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태국 SEC의 이번 조치는 동남아시아 암호화폐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강화는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혁신을 저해하고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공존한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번 태국 SEC의 발표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투명성 강화와 불법 자금 흐름 차단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거래 편의성 저하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개인 지갑 소유권 확인 절차는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렵거나, 개인 정보 보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으로 태국 암호화폐 시장은 이번 규제 시행으로 인해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준수를 위한 시스템 투자와 운영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며, 투자자들은 송금 시 필요한 정보들을 미리 숙지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번 태국 SEC의 발표가 다른 국가들의 암호화폐 규제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