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루트, 美 은행 허가 난항… 금융 규제 이중 잣대 논란

글로벌 핀테크 기업 리볼루트(Revolut)가 미국에서 은행업 인가를 받는 데 예상보다 긴 시간을 소요하며 금융 규제의 이중 잣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리볼루트는 지난 3월 4일 미국 통화감독청(OCC)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은행 설립 인가를 신청했으나, 약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승인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서클(Circle), 리플(Ripple), 코인베이스(Coinbase) 등 다수의 암호화폐 기업들이 은행 인가를 받거나 전환 신청을 완료한 것과 대조를 이룹니다.
리볼루트의 신청은 단순한 암호화폐 보관이나 신탁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들은 예금, 대출, 신용카드 발급, 연방준비은행(Fedwire) 및 자동결제시스템(ACH)과의 직접적인 연결 등 전통적인 은행 업무 전반을 포괄하는 '리볼루트 은행(Revolut Bank US)'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40개국에서 7천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기준 75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리볼루트는 자사의 기존 파트너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자 합니다.
이러한 전면적인 은행 업무 신청은 연방 규제 당국으로부터 더욱 엄격하고 다층적인 심사를 받게 합니다. 규제 당국은 리볼루트의 잠재적 스트레스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 대출 포트폴리오에 대한 신용 인수 및 손실 준비금, 그리고 예금 및 지급과 관련된 자금세탁방지(BSA) 및 해외자산통제국(OFAC) 규정 준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연방 예금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역사회재투자법(CRA) 관련 의무 사항도 충족해야 합니다. 더불어 OCC는 리볼루트 경영진이 미국 국영 은행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내려야 합니다. 암호화폐 기업들의 신탁 사업 인가와 달리, 연방 예금 보험은 산업계가 공동으로 지원하고 정부가 보증하는 예금보험기금에 대한 노출을 의미하며, 이는 신탁 사업 인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위험과 책임을 수반합니다.
반면, 최근 승인받은 암호화폐 기업들의 사례는 리볼루트의 신청 내용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OCC가 2021년 12월 승인한 퍼스트 내셔널 디지털 커런시 은행(First National Digital Currency Bank)과 리플 내셔널 트러스트 은행(Ripple National Trust Bank), 그리고 비트고(BitGo), 피델리티 디지털 에셋(Fidelity Digital Assets), 솔리드(Paxos) 등이 전환 신청을 완료한 사례들은 대부분 '국영 신탁 은행' 인가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인가는 주로 디지털 자산의 보관, 준비금 관리, 그리고 관련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예금 수취와 같은 완전한 예금 은행 업무와는 거리가 멉니다.
예를 들어, 서클의 은행 인가는 해당 기업, 계열사 및 제한된 기관 고객을 위한 보관 서비스에 국한됩니다. 코인베이스 내셔널 트러스트 컴퍼니 역시 디지털 자산 보관 및 관련 거래 서비스를 보관 고객에게만 엄격히 제공합니다. 월드 리버티(World Liberty)의 신탁 은행은 USD1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상환, 그리고 준비금 보유 기능을 수행하며, OCC 결정문에는 이 회사가 보험 예금 기관이 될 계획이 없기에 CRA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스트라이프(Stripe) 소유의 브리지(Bridge)도 유사한 스테이블코인 및 보관 신탁 사업 인가를 받았으며, OCC는 이 회사가 예금 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암호화폐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신탁 은행 인가를 받은 반면, 리볼루트와 같이 포괄적인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은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규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암호화폐 관련 기업'이라는 틀에 묶어 비교하기 어려운, 각기 다른 사업 모델과 규제 요건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리볼루트의 은행업 인가 지연은 금융 기술 혁신을 촉진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규제 당국의 신중함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는 동시에, 새로운 금융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공정하고 일관된 규제 적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향후 리볼루트의 은행업 인가 결과는 핀테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및 사업 확장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