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젤 파라지, 암호화폐 거물 기부 논란…英 정치권 '디지털 자산 영향' 긴장

영국의 정치 무대가 암호화폐 업계 거물들의 거액 기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특히 개혁당(Reform UK)의 대표 나이젤 파라지(Nigel Farage)가 암호화폐 업계와 연관된 인물로부터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기부금과 선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국 정치권은 물론 선거 과정 전반에 디지털 자산의 잠재적 영향력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UK Electoral Commission)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파라지 대표는 2026년 2분기 개혁당에 대한 기부금의 상당 부분을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중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멕스(BitMEX)의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토퍼 하본(Christopher Harborne)과 조지 커트렐(George Cottrell)이다. 이들로부터 받은 기부금과 선물의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국 의회 내에서는 해당 기부금의 출처와 그 의도를 둘러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논란은 파라지 대표가 2026년 7월 의원직에서 사임하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그의 사임으로 촉발된 보궐선거에서 파라지 대표는 63%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그의 정치적 성공 뒤에는 암호화폐 업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특히, 이번 논란은 노동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기부금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 조치를 영구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노동당 의원들은 지난 3월 도입된 암호화폐 기부금에 대한 유예 조치를 파라지 대표가 언급한 '선물'과 같은 방식으로 받은 기부금에 대해서는 영구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 자산이 영국 정치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력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암호화폐 업계와의 연관성을 가진 기부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6년 1분기에는 델로(Delo)라는 인물이 개혁당에 530만 달러(약 72억원)라는 막대한 금액을 기부한 사실이 밝혀졌다. 델로는 비트멕스와 관련된 인물 중 한 명으로, 미국에서 비트멕스의 연방 기소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던 인물이다. 그는 2022년 1000만 달러(약 135억원)의 벌금을 납부하는 데 합의했으나, 징역형은 피했다. 흥미로운 점은 델로를 포함한 비트멕스의 공동 창업자들이 2025년 3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사면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암호화폐 업계의 인사들이 정치 자금 기부를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거나, 혹은 법적 제재를 회피하려는 시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기부금이 특정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암호화폐 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영국 범죄수사국(National Crime Agency)은 최근 암호화폐 스폰서십과 관련된 프리미어리그 팀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1,350만 달러(약 182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동결한 바 있다. 이는 암호화폐 업계의 자금이 합법적이지 않은 경로를 통해 유입되거나, 자금 세탁과 연관될 수 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정당의 기부금 문제를 넘어, 디지털 자산 시대에 정치 자금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와 같은 신흥 기술 및 금융 상품이 전통적인 정치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영국 정치권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그리고 암호화폐 기부금에 대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가 어떻게 구축될지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 사건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암호화폐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