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CLARITY 법안 통과 시계 '빨간불'…중간선거 앞두고 의사일정 축소

미국 하원의 공화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사일정을 대폭 축소하면서 암호화폐 시장 구조 개혁을 목표로 하는 CLARITY 법안의 연내 통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10월 1일까지 예정되었던 의회 일정이 9월 17일로 앞당겨지면서, 상원에서 준비 중인 CLARITY 법안에 대한 표결과 하원 통과 법안과의 조율을 위한 시간이 촉박해진 상황이다.
**촉박해진 일정, '직무대행' 통과 가능성도 불투명**
미국 하원은 오는 9월 14일 단 4일간의 의사일정을 소화한 뒤 11월 중간선거까지 워싱턴을 떠나게 된다. 이는 상원에서 9월 15일에 예정된 CLARITY 법안에 대한 첫 주요 절차적 표결을 앞두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사실상 법안 통과를 위한 물리적인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갤럭시키지털(Galaxy Digital) 리서치 부문 대표인 알렉스 쏜(Alex Thorn)은 이러한 의사일정 변경으로 인해 중간선거 이전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상원은 10월 초까지 약 3주간의 회기 일정이 남아있지만, 상원을 통과한 법안이라도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서명을 받기 위해서는 하원에서 승인된 법안과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
HB 3594 CLARITY 법안은 지난 2025년 7월, 하원에서 294대 134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된 바 있다. 이후 상원에서는 법안 수정 작업이 진행되어 왔기에, 상원 단독 통과만으로는 법안의 최종 확정을 보장할 수 없다. 펀치볼 뉴스(Punchbowl News)의 기자 브렌든 페더슨(Brendan Pedersen)은 상원 의원들이 수정안 논의와 표결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할 경우 약 1주일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당초 상원 법안 통과 후 하원에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시간적 여유가 이번 의사일정 축소로 인해 사라진 것이다.
**백악관·의회·규제당국 압박 속 불확실성 증폭**
CLARITY 법안 통과에 대한 압박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의회에 "공정한 CLARITY 법안의 버전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으며,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폴 앳킨스(Paul Atkins) 위원장 역시 위원회가 자체 암호화폐 규제안을 개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이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프렌치 힐(French Hill) 의원 또한 하원에서 78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공화당과 함께 CLARITY 법안을 지지했음을 강조하며 상원의 신속한 행동을 촉구했다. 힐 의원은 X(구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이 공화당과 협력하여 미국이 분산원장 기술 및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도록 보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초당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상원의원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는 앞서 남은 입법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고한 바 있다. 그녀는 지난 7월 업데이트된 CLARITY 법안 텍스트를 공개하면서, 다가오는 몇 주가 "수년간 시장 구조 입법을 완료할 수 있는 마지막 실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예측 시장인 폴리마켓(Polymarket)의 거래자들은 CLARITY 법안이 연말까지 법제화될 확률을 20% 미만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간선거 결과, 법안 전망에 변수 작용**
하지만 이번 의사일정 변경이 CLARITY 법안의 전망을 완전히 어둡게 하는 것은 아니다. 상원에서의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합의를 통해 '직무대행(lame duck)' 기간, 즉 중간선거 이후 차기 의회 구성 전까지의 기간 동안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상원은 9월 15일 표결 이후 수정안을 조율하고 하원과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립플(Ripple)의 로렌 벨리브(Lauren Belive)는 법안이 직무대행 기간에 통과될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법안이 직무대행 회기에 통과될 것이라는 데는 상당한 낙관론이 있다"고 언급하며, "그 이유는 그것이 (중간선거 후) 유일하게 남은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또 다른 변수는 중간선거 결과이다. 만약 중간선거를 통해 어느 정당이 의회 통제권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CLARITY 법안의 추진 동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이 상이한 만큼, 선거 결과는 법안의 향후 전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CLARITY 법안이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난관과 촉박한 일정 속에서 그 귀추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는 물론, 글로벌 금융 시장 참여자들 역시 미국 의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CLARITY 법안의 미래를 가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