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 AMC 주식 토큰 상장 강행… "변호사와 붙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출신 변호사를 앞세운 로빈후드(Robinhood)가 AMC 엔터테인먼트의 주식 토큰 거래 중단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로빈후드의 최고 법률·규정 준수·기업 업무 책임자인 댄 갤러거(Dan Gallagher)는 소셜 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AMC 최고경영자(CEO)인 아담 아론(Adam Aron)에게 “변호사를 보내라. 우리가 교육시켜 주겠다”고 반박하며 도발적인 메시지를 날렸습니다. 그는 과거 SEC 위원으로서 미국의 증권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아론 CEO가 요구한 ‘중지(DECIST)’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로빈후드의 CEO인 블라드 테네브(Vlad Tenev) 역시 이 게시물을 공유하며 “우리는 주식 토큰을 지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아론 CEO는 로빈후드가 미국 증권법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AMC 주식으로 위장한 증권을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토큰 발행사가 영국령 건지 섬(Jersey)에 위치한 점과 이러한 토큰이 주주 권리를 훼손하고 기업의 자본 조달 통제권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습니다. 아론 CEO는 로빈후드에 AMC 주식 토큰 거래를 자발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불응 시 고액의 법률 자문가와 함께 법적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증권법상 ‘중지 명령(Cease-and-desist order)’은 저작권 침해 등 불법 행위로 의심되는 활동을 중단하도록 요구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을 예고하는 서한입니다. 아론 CEO는 또한 SEC에 이러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소송 제기나 SEC의 조사 착수 사실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주식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자산으로, 실제 상장 기업의 주식을 추적하거나 대표하는 증권을 의미합니다. 최근 몇 년간 인기가 급증하며,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2026년 1분기에만 151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현물 거래량을 기록했습니다.
로빈후드 측의 공개 서류에 따르면, 해당 토큰은 로빈후드 애셋츠(Jersey) 리미티드(Robinhood Assets (Jersey) Limited)에서 발행한 부채 증권으로 분류됩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기초 주식의 소유권이나 AMC와 같은 회사에 대한 권리는 부여하지 않으면서, 주가 변동에 따른 수익이나 손실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토큰들이 미국 증권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았으며, 미국 또는 미국인에게는 제공, 판매, 배포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tx(실물 자산 토큰화 플랫폼)의 법률 고문인 애슐리 에버솔(Ashley Ebersole)은 “여기서 추구할 만한 명확한 미국 증권법적 쟁점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로빈후드 토큰의 역외(offshore) 배포와 미국 앱에서의 거래 부재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에버솔은 AMC가 제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잠재적 쟁점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공개 기업의 상표에 일반적으로 부여되는 ‘공정 사용(fair use)’ 범위를 넘어서는 상표권 오용 주장이며, 둘째는 추적 토큰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AMC와의 허위 연관성을 만들어낸다는 주장입니다.
에버솔은 로빈후드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제품이 AMC의 보증 없이 단순히 주가를 추적하는 토큰임을 명확히 명시하고, 미국 내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해당 토큰이 실제 주식이 아니며 AMC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을 인지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입니다.
로빈후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 속에서 발생하는 법적, 규제적 쟁점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주식 토큰과 같은 혁신적인 금융 상품이 전통적인 증권법 체계 안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규제될지에 대한 중요한 논쟁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로빈후드 측의 강경한 입장은 이러한 혁신이 법적 장애물에 막히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법적 해석과 규제 프레임워크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현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앞으로 AMC와 로빈후드 간의 법적 공방은 물론, SEC의 개입 여부 및 관련 규제 당국의 입장이 어떻게 정리될지에 따라 암호화폐를 활용한 증권형 토큰 시장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해외 발행 및 거래가 가능한 이러한 상품에 대한 규제 공백을 어떻게 메워나갈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번 논쟁은 단순히 두 기업 간의 갈등을 넘어, 미래 금융 시장의 혁신과 규제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