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 밈코인-토큰화 주식 페어링…'이색' 거래량 급증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과 전통 주식 시장을 잇는 새로운 형태의 거래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로빈후드(Robinhood) 플랫폼에서 밈코인과 토큰화된 주식을 페어링하여 거래하는 전략이 확산되면서, 상당한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2021년 게임스탑(GameStop) 사태를 연상시키면서도, 보다 진화된 형태의 시장 참여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로빈후드 체인(Robinhood Chain)에서 밈코인 'BONER'는 지난 8월 30일 주말 동안 Hims & Hers Health(HIMS)의 토큰화된 주식 중 53%를 장악하는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해당 토큰화된 주식 가격은 순간적으로 132.64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같은 날 실제 HIMS 주식의 종가인 28.84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비록 실제 HIMS 주가는 큰 변동 없이 29달러 내외에서 거래되었지만, 이러한 '밈코인-토큰화 주식 페어링' 전략은 로빈후드 체인 전반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실제로 9월 2일 하루에만 이러한 페어링 거래에서 2억 1,700만 달러에 달하는 거래량이 발생하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로빈후드 플랫폼이 7월에 출시한 자체 레이어-2 블록체인인 로빈후드 체인의 특성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로빈후드 체인은 개발자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여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네트워크입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기존의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토큰화된 주식과 직접 거래되는 밈코인 개발이 가능합니다. 토큰화된 주식이란 실제 주식의 가격을 1:1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토큰을 의미합니다. 투자자가 밈코인을 구매하면, 해당 밈코인을 지불하는 데 사용된 주식 토큰은 암호화폐의 유동성 풀(liquidity pool) 내부에 잠기게 됩니다. 이 유동성 풀은 거래 가격을 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BONER' 밈코인의 경우, 약 열흘간의 매수세를 통해 총 58,714개의 HIMS 토큰화된 주식 중 31,198개를 자체 풀 안에 흡수했습니다. 로빈후드 측은 특정 라이선스를 보유한 파트너만이 이러한 토큰을 발행하거나 소각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토큰화된 주식의 총 공급량은 제한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주말 동안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휴장하고 실시간 가격 변동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액의 거래만으로도 토큰화된 주식 가격을 크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일종의 '숏 스퀴즈(short squeeze)'를 노린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숏 스퀴즈는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가격 상승 시 강제로 주식을 재매수해야 하면서 오히려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 HIMS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약 4분의 1 가량이 공매도(short selling)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밈코인 전략의 타겟이 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BONER' 자체 웹사이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전략의 수학적 논리는 다소 불안정합니다. 현재까지 풀에 포함된 토큰화된 HIMS 주식의 총 가치가 실제 공매도 포지션의 0.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밈코인 거래만으로는 실제 주식의 공매도 포지션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ONER'의 시도는 로빈후드 체인에서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플레이북의 일부입니다. 이미 로빈후드 체인에서는 밈코인의 거래량이 토큰화된 주식의 거래량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Artificial Inu'는 토큰화된 엔비디아(Nvidia) 주식에, 'Saylormoon'은 토큰화된 전략(Strategy) 주식에, 'Clippy XP'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주식에 각각 페깅(pegging)되어 거래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높은 위험 감수율을 가진 투자자들을 위한 저유동성 밈코인들의 사례입니다.
이러한 시장 움직임은 2021년 게임스탑 사태와 유사한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포럼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이 게임스탑 주식에 대규모로 매수세를 집중시키면서 헤지펀드들의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게임스탑 사태는 실제 주식 시장에서 실제 주식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반면, 'BONER'의 플레이는 유동성이 낮은 'IOU(차용증)'와 같은 역할을 하는 토큰화된 주식의 가격만 일시적으로 움직였을 뿐, 시장이 재개되고 새로운 토큰이 발행되면서 원래의 가격대로 돌아가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밈코인과 토큰화된 주식의 페어링 거래가 과거 게임스탑 투자자들처럼 목표 주식에 직접적인 '스퀴즈'를 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독특한 거래 방식은 새로 출시된 로빈후드 체인 네트워크에 상당한 관심과 유동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향후 이러한 '밈코인-토큰화 주식' 연계 거래가 전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규제 당국은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