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속 '가성비 여행' 인기… 저가 항공사 점유율 상승

고물가 시대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예산 절약을 위해 독특한 방식을 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항공업계에서도 저가 항공사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는 추세다.
최근 몇 주간 재닛 해거먼(29) 씨 부부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미스터리 휴가'를 선택했다. 400달러 상당의 상품권으로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했지만, 목적지는 구매 후 알게 되는 방식이었다. 이들 부부는 오클라호마 시티를 출발해 뉴올리언스로 향했으며, 박물관 관람, 도보 투어, 유명 베이녜(Beignet) 디저트 맛보기 등 알찬 시간을 보냈다.
해거먼 씨는 “금액 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단순히 저렴한 여행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까지 얻었다는 점에 만족감을 표했다.
미국 내 저소득층, 연 소득 3만 6,675달러 미만 가구의 여행 지출은 올해 초부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7월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7% 증가하며 높은 여행 수요를 보여주었다. 이는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전반적인 여행 비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가성비 좋은 방법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행 상품 판매 플랫폼인 그루폰(Groupon)은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미스터리 휴가'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2025년 1분기 단일 상품 출시 당시 5,500건의 주문을 기록했던 이 상품은, 2026년 2분기에는 5배 이상 증가한 주문량을 보이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루폰은 1인당 199달러에서 299달러 사이의 가격으로 항공권과 숙박을 제공하며, 최대 50% 할인 효과를 광고하고 있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싱가포르나 파리와 같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라스베이거스, 애틀랜타, 올랜도 등 미국 국내 지역으로 향한다. 여행 목적지는 서류 작성 후 며칠 내에 통보된다. 조지아주의 한 여행 에이전트는 “올랜도는 내 최고의 여행지 목록에 없었지만, 어쨌든 집을 떠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다”며, “깜짝 선물 같은 재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예상치 못한 목적지였지만, 여행 자체에 의미를 두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노동절 연휴 기간의 휘발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초 대비 약 30% 상승했다. 또한,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발표에 따르면 7월 기준 항공권 요금도 전년 동월 대비 25% 이상 급등했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특히 저소득층의 여행 계획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행 산업의 일부에서는 고급화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인다.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등은 퍼스트 클래스 좌석 확대, 라운지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고가 여행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프리미엄 여행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고급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저가 여행 시장의 전망은 어둡지만은 않다. 항공 데이터 분석 업체 OAG(Official Airline Guide)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저비용 항공사(LCC)의 시장 점유율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들이 고물가 시대에 맞춰 여행 경비를 절감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LCC들은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으며, 이는 항공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고물가 환경은 여행 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급 여행 상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존재하지만, 더 많은 소비자들이 ‘가성비’와 ‘실속’을 앞세운 여행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미스터리 휴가’와 같은 독특한 상품의 인기, 그리고 LCC 시장 점유율 상승은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다. 앞으로 여행 업계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목적지나 특정 테마를 활용한 상품 개발,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정책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유가 및 항공료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여행자들의 현명한 선택과 업계의 혁신적인 전략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