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마트 TV, 꺼진 줄 알았는데… 개인 정보 유출 논란

LG 스마트 TV가 꺼져 있거나 인터넷 연결이 끊긴 상태에서도 사용자의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스캔하고 마이크 오디오를 수집하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유명 IT 매체인 게이머스 넥서스(Gamers Nexus)의 500시간 이상에 걸친 심층 조사 결과, LG TV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제기되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 조사팀은 7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LG TV의 숨겨진 기능들을 파헤쳤다.
조사팀은 하드웨어 리뷰어 레벨1테크스(Level1Techs) 및 3명의 독립적인 보안 연구원들과 협력하여 LG TV가 UPnP(Universal Plug and Play) 프로토콜을 이용해 가정 내 모든 연결 기기, 즉 스마트폰, 노트북, 기타 스마트 기기들을 식별하고 네트워크를 맵핑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UPnP는 기기 간의 자동적인 연결과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토콜이다. 심지어 TV 화면이 꺼져 있는 상태에서도 깨끗한 마이크 오디오를 추출할 수 있었으며, 인터넷 연결을 완전히 해제한 후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사실은 LG전자가 텍사스 규제 당국과 개인정보 수집 관련 합의를 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LG 스마트 TV에서 주로 작동하는 추적 기능은 ACR(Automatic Content Recognition)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말웨어바이트(Malwarebyte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ACR 소프트웨어는 TV 화면에 표시되는 내용이나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를 샘플링하여 디지털 지문으로 변환하고, 이를 참조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여 재생 중인 콘텐츠를 식별한다. 게이머스 넥서스의 조사에 따르면, LG TV의 ACR 기능은 노트북의 HDMI 모니터로 TV를 사용할 때조차도 작동을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입력 소스를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해당 기능이 비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TV 설정 메뉴에서 메인 마이크를 음소거하더라도, 설정 메뉴에서 제어되지 않는 별도의 숨겨진 마이크를 통해 음성 녹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TV를 이더넷 연결에서 분리한 상태에서도, 가까이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한 후 다시 네트워크에 연결하자마자 저장된 오디오를 업로드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 마이크는 벽을 투과하여 약 20미터 떨어진 곳의 대화 소리까지 포착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음성 명령은 일반 텍스트로 변환되어 TV 자체의 로그에 저장되며, 사용자가 말하기를 멈춘 후에도 10~15초 동안 마이크가 활성 상태를 유지하여 의도치 않은 주변 대화까지 녹음할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7월 보도자료를 통해 '주변 대화를 수집, 녹음 또는 저장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LG전자의 광고 사업 부문 책임자들은 이러한 데이터 수집의 수익 모델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회사가 유리(glass, TV 화면을 지칭)를 소유한다'고 말하며, 소비자가 TV를 구매했지만 LG는 TV를 통해 보이는 모든 것을 소유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즉, TV 시청 습관 데이터를 스마트폰 및 다른 기기들과 연계하여 광고주들에게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LG가 2021년부터 지분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 온 ACR 파트너 기업인 알폰소(Alphonso Inc.)를 통해 처리된다.
이번 사태는 스마트 TV의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명확한 동의 없이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심각한 윤리적,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텍사스 규제 당국과의 합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러한 관행은 이미 규제 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향후 더 강력한 법적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 TV의 개인정보 설정 옵션을 꼼꼼히 확인하고, 불필요한 데이터 수집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등 적극적인 자기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제조사들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함께 소비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활용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보안 연구원들은 LG TV에서 원격 접근이 가능한 패치되지 않은 취약점과 주거지 프록시 코드(residential-proxy code)가 발견되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코드는 낯선 사람들의 인터넷 트래픽을 사용자 집의 인터넷 연결을 통해 우회시키는 역할을 하며, 이는 사용자에게 예상치 못한 보안 위험과 네트워크 성능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은 LG 스마트 TV 사용자들에게 단순한 시청 경험을 넘어, 사생활과 보안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LG전자는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스마트 가전 시장 전반에 걸쳐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향후 관련 규제 및 시장 동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