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4500만 달러 동결…동남아 사기 조직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도피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금 세탁 및 불법 활동 차단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가 동남아시아 기반의 사기 조직 운영에 사용되던 4,500만 달러 상당의 USDT(테더)를 동결하며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이번 조치는 범죄 조직들이 자금을 은닉하고 이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탈중앙화'와 '블랙리스트 불가'를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스테이블코인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비트레이스(Bitrace)에 따르면, 테더는 지난 9월 9일 기준 신비(Xinbi)와 연계된 최소 22개의 운영 지갑에서 4,500만 달러 이상의 USDT를 동결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 동결은 단순히 자금이 보관된 지갑에 국한되지 않고, 신비의 자금 입금, 경유, 출금 경로를 포함한 운영 전반에 걸쳐 발생했다. 이는 범죄 조직의 자금 이동 능력을 근본적으로 마비시키려는 테더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제재 대상이 된 신비는 이미 각국 정부의 감시망에 오른 상태였다. 지난 3월 영국 정부는 신비를 주요 중국어 암호화폐 거래소이자 동남아시아 사기 조직들의 자금 세탁 허브로 지목하며 제재를 가한 바 있다. 테더의 이번 동결 조치는 이러한 정부 차원의 제재와 맞물려 신비의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비트레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테더의 이번 동결 대상에는 신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지갑뿐만 아니라, 신비와의 금융적 연관성이 깊은 제3자 운영사들도 포함되었다. 이는 테더가 법 집행 노력에 동결 기능을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테더는 지난 4월, 65개국 340개 이상의 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며, 트론(TRON) 및 TRM 랩스와 협력한 T3 금융 범죄 방지 유닛은 5월까지 4억 5,000만 달러 이상의 불법 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또한, Stable.rip 데이터에 따르면 테더는 40억 달러 이상의 USDT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집계되었다.
테더의 이번 광범위한 동결 조치에도 불구하고, 신비는 새로운 운영 주소를 활성화하며 대응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비트레이스는 새로 활성화된 지갑들이 초기 조치 후 12시간도 채 되지 않은 9월 8일 저녁에 다시 동결되었다고 밝혔다. 한 대체 사업 주소는 약 180만 USDT를 이동시키려 했으나, 추가적인 제한 조치로 인해 약 37,839 USDT만이 동결되지 않은 채 남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신비는 사용자들에게 USDD(USDD)만을 받겠다고 공지했다. USDD는 주소 단위의 블랙리스트 기능 없이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으로, 테더의 동결 조치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규제 당국과 불법 자금 세탁 세력 간의 '창과 방패' 싸움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비가 USDD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당국의 제재는 이제 USDD를 획득, 이동, 현금화하는 데 필요한 거래소, 브릿지, 장외거래(OTC) 데스크 등 관련 서비스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스테이블코인 자체의 동결을 넘어, 해당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생태계 전반에 대한 규제 및 감시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 시장의 익명성과 탈중앙화라는 속성이 불법 자금 흐름을 차단하려는 노력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테더와 같은 대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법 집행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에 힘쓰고 있지만, 범죄 조직들은 블랙리스트 기능이 없는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이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이러한 제재를 우회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더욱 정교한 추적 및 동결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토콜과의 연계 강화 및 규제 당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불법 자금 흐름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사용자들에게도 암호화폐 이용 시 잠재적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합법적이고 투명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테더의 대규모 자산 동결과 신비의 USDD로의 전환 시도는 암호화폐 규제의 미래와 탈중앙화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 금융 당국과 암호화폐 업계 간의 지속적인 긴장 관계 속에서 어떤 기술적, 정책적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새로운 투자 전략 수립의 필요성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규제 준수와 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